대기업 현금 넘친다
삼성·LG·SK 등 19개 주요 그룹들이 그동안 벌어들인 돈을 투자하지 않고 쌓아두면서 유동성이 넘쳐나 채권발행과 유상증자와 같은 직접자금 조달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의 경우 매년 발행규모가 급감, 19개 그룹의 전체 채권발행금액이 8조5000억원에도 못미쳐 지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전체 상장사의 올해 유상증자 금액도 2조원에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회사채 시장이 고사위기에 빠지고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이 위축되면서 금융시장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말 현재 10대 그룹 평균 유보율이 사상 처음으로 700%를 넘어선 점과 더불어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20일 파이낸셜뉴스신문이 19개 그룹 556개 계열사의 지난 2003년 이후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내역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들은 노무현정부 출범 이듬해인 지난 2004년을 정점으로 채권발행금액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무구조 개선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설비투자 등으로 자금을 흘려보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미래 성장동력 개발에 소극적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현대차, LG, SK,GS,롯데, 한화, CJ 등 19개 그룹 556개 계열사들은 지난 2003년 회사채(카드·금융채 제외) 발행을 통해 9조9780억원을 조달한 뒤 2004년 13조8988억원으로 피크를 이룬뒤 지난해 11조7242억원, 올해(이달 10일기준) 8조385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지난 2004년 5500억원 어치의 채권을 발행했으나 올들어는 500억원으로 10분의 1로 줄였고 △LG는 2조1900억원에서 4500억원 △SK 2조9950억원에서 1조3000억원 △롯데 1조3300억원에서 800억원 △두산 5400억원에서 1400억원 △한진 1조3100억원에서 7000억원 △한화 1조17억원에서 7200억원으로 조달금액을 줄였다. 특히 지난 2004년 각 4000억원과 1300억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한 신세계과 CJ는 올들어서는 채권발행을 중지했다.
다만 현대제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현대차그룹(1조4920억원?1조9800억원)과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그룹(4180억원?9950억원), 코오롱·동양·동부그룹만이 채권발행을 늘렸다.
상장사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증시에서 조달하는 자금도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2003년 7조1414억원에서 이듬해 4조5262억원, 2005년 2조43억원으로 해마다 절반 가량씩 그쳤다. 이 금액은 올들어 다시 1조9624억원으로 줄어들어 전체 상장사가 주식 시장 증자를 통해 조달한 금액이 2조원에도 못미칠 전망이다.
반면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592개 코스피 상장사들이 보유한 현금, 단기채권, 단기금융상품 등 현금성 자산은 52조6589억원으로 지난 2003년 40조3300억원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사장은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내부자금과 외부자금조달의 비율이 외환위기시 3대7 정도에서 최근에는 6대4로 역전이 됐다"며 "이는 그만큼 보유한 현금이 많다는 의미이고 보유한 현금이 많다는 말은 그만큼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재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