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년새 1조5천억 ‘脫코리아’
3조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1년 새 절반가량 빠져 나갔다. 지난 98년 이후 외국인 자금 유치를 위해 허용됐던 사모 외국인 전용 수익증권에 들어왔던 자금이다.
여기에 사모펀드의 자금이탈마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내년부터 외수펀드를 비롯해 사모펀드는 거래를 할 때마다 0.3%의 증권거래세를 내야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주식시장 자금이탈 우려
사모펀드인 외수펀드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20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3조746억원이던 외수펀드 설정 잔액은 16일 현재 1조5163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11개월여 만에 1조5583억원가량이 한국을 떠난 것이다.
외수펀드 운용사도 한국투신운용(1조4259억원)과 대한투신운용(904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무했다. 지난 2003∼2004년 사이 동양투신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푸르덴셜자산운용에 분산돼 있던 자금은 이미 모두 빠져 나갔다.
사모 주식형펀드의 자금이탈도 우려되고 있다. 20일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사모펀드에 편입된 코스피, 코스닥 주식평가액은 11조40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주식형펀드 물량이 5조원, 나머지는 채권형 등에 포함된 주식이다.
■매수차익잔고 모두 떨어져 나갈까
특히 내년을 앞두고 선물시장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는 매수차익잔고는 국내 증시의 부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선물 시장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매수차익잔고의 대부분이 사모펀드 중 차익거래자금이 차지하고 있다. 이 차익거래자금은 현재 규모가 3조원 정도로 대부분 사모형태로 운용되고 있는 것. 때문에 이 자금이 움직여 주식을 사고팔 때 거래세를 붙이는 내년이 되기 전 이 자금은 선물시장에서 청산될 우려가 있는 셈이다.
키움증권 이영 책임연구원은 “차익거래자금은 현·선물 간 괴리를 이용해 자금을 이동하며 수익률을 내는데 한번 거래함으로써 얻는 수익률은 0.3% 안팎”이라며 “여기에 0.3%의 거래세를 붙이게 되면 수익이 거의 남지 않게 돼 차익거래를 하는 대부분의 외국인은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익거래자금이 올 연 말까지 자금을 모두 거둬들일 경우 선물시장 수급이 악화되며 그 불똥이 현물시장에도 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달 예정돼 있는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트리플위칭데이) 때 지난 9월 이후 계속 불기만 한 매수차익잔고가 청산될 경우 시장에 가해질 충격은 클 전망이다.
■거래세 부과가 정답일까
증권거래세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잦은 매매를 줄여 장기투자 여건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교란 의혹을 받아온 외수펀드의 대규모 프로그램 매매도 상당 부문 즐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는 걱정스러운 눈빛이다. 외수펀드에 대한 과세는 자칫 ‘탈(脫)코리아’를 재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년부터 단독사모펀드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가 폐지됨에 따라 세금에 민감한 외수펀드가 급감하고 있어 과세 추징이 현실화되면 ‘탈코리아’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는 것이다.
사모펀드도 마찬가지다. 거래세율이 0.3% 정도지만 매매 회전율이 높을 경우 운용사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한달 동안 펀드가 300% 매매 회전을 일으킨다고 할 때 1%에 달하는 수익률 하락 요인이 된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무려 10%의 수익률을 까먹는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수펀드나 사모펀드에 거래세 부담을 지우면 굳이 펀드를 통해 주식투자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면서 “장기투자 문화 정착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칫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증권매매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99년에 거래세를 폐지했다.
/[email protected] 김문호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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