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정대균의 그늘집] “훌륭한 선수 뒤에 위대한 멘토 있다”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고대 그리스의 이타이카 왕국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로 전쟁을 떠나면서 한 친구에게 자신의 어린 아들인 텔레마코스를 맡겼다. 그는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올 때까지 텔레마코스의 친구이자, 선생님,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의 역할을 하면서 친구의 아들을 정성껏 보살폈다. 그 친구의 이름이 바로 ‘멘토’였고 그 이름은 오늘날 지혜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풍부한 사회적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가진 멘토가 맨 투 맨 방식으로 한 사람(멘티)을 지도하고 코치하고 조언해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성장시키는 이 멘토링이 올 시즌 국내 골프계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2006 국내 남녀프로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확정지은 강경남(23·삼화저축은행)과 신지애(18·하이마트)가 멘토링의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물론 자신들의 노력이 가장 컸다.

강경남은 경기가 있는 곳이라면 그 곳이 어디건간에 퍼팅 매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밤늦도록 숙소에서 퍼팅 연습을 하는 ‘연습 벌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신지애도 마찬가지여서 매일 10시간 이상을 연습에 할애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들에게 있어서 하루일과는 골프로 시작해서 골프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놀라운 자기 절제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심리적 동요가 심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극복하고 오늘날 양대 한국프로골프의 ‘지존’에 오르기까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되는 것이 또 있다. 다름 아닌 훌륭한 ‘멘토’가 바로 그것. 강경남은 올해 삼화저축은행과 계약을 하면서 골프단 운영을 책임지는 박재영 단장(50)을 맡나게 된 것이 큰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일간 스포츠 편집국장출신인 박단장은 오랜 기간 스포츠 기자생활을 통해 터득한 선수들의 심리적 특성 파악 능력을 발휘해 그것을 선수 관리에 적용함으로써 효과를 보았다. 그는 선수들과 잦은 대화의 시간을 가지면서 가급적 그들의 얘기를 경청했다. 특히 올 시즌 강경남의 상금왕 등극의 기폭제가 된 중흥골드레이크오픈에서는 4라운드 티오프 전에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는 골프를 하라’고 조언한 것이 주효해 역전 우승을 일구어 내게 했다.

신지애의 ‘멘토’는 아버지 신제섭씨(47)다. 현직 목사인 신씨는 주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1년 내내 딸의 백을 매고 다녔다. 딸의 기술적 부분에 대한 조언은 자신의 능력 밖이어서 대부분 게임운영과 몸 컨디션 조절 등에 치중하고 있다. 심리적 부분을 조언할 때는 더러 화를 내기도 했다. 지난주 중국에서 있었던 오리엔트레이디스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여유있는 타수차 때문인지 딸이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호된 질책을 했다.

골프에 있어서 우승은 하늘이 점지한다고들 말한다. 그렇게 본다면 훌륭한 ‘멘토’와의 만남은 하늘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 쯤 되지 않을까 싶다.

/[email protected] 정대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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