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경영전문대학원(MBA)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외국에 비해 싼 등록금과 질 높은 교육 등으로 국내 직장인들이 국내 MBA로 몰려들면서 주요 대학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22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설립인가를 받은 MBA는 3월에 인가를 받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인하대 등 7개 대학과 10월에 인가를 받은 숙명여대, 중앙대, 동국대, 전남대, 한국정보통신대 등 5개 대학이다.
이에 따라 90년대 말부터 특수대학원 형식으로 운영해 온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 MBA까지 합하면 국내에 총 13개의 MBA가 생기는 것이다.
현재 MBA 과정을 공부하는 사람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에 각 100명(주·야간 포함), 서강대 70명, 이화여대 29명, 인하대 36명 등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내 대학에 MBA 과정을 설립토록한 것은 글로벌 기준에 맞는 학위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면 “설립 기준에 맞는 대학들이 신청하면 계속 인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MBA의 가장 큰 장점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학비와 높은 교육의 질이 꼽힌다.
우선 미국 대학의 MBA 과정은 장학금이 극소수 자국민에게만 제공돼 국내 지원자들은 고액의 수업료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일례로 2006∼2007학년도 미국 뉴욕대(NYU) MBA 과정인 스턴 비즈니스 스쿨의 수업료는 4만586달러다. 여기에 기숙사비, 교재비, 외국인 학생 보험료, 체재비 등을 포함하면 7만달러로 우리 돈으로 6600만원에 이른다. 2년 과정을 다니면 1억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더욱이 생활비 등을 포함하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한다.
반면 국내 한 사립대의 MBA 과정 등록금(1년 기준)은 4000만원선. 교재비는 100만원 등으로 외국대학 MBA 과정과 비교하면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집에서 다닐 수 있는 만큼 추가 부담이 없다.
교육의 질도 꽤 높다는 게 중론이다. MBA 과정당 외국인 교수가 30명, 강의는 100% 영어로 진행돼 굳이 외국에 나갈 필요가 없다. 특히 일부 과정은 외국대학과 교환 형식으로 짜여져 있다. 서울대는 미국 듀크대, 연세대는 퍼듀대, 세종대는 시러큐스대 등과 각각 교류하거나 복수학위제를 운영 중이다.
MBA 과정을 개설한 주요 대학들은 이색적인 MBA 과정도 속속 개설하고 있다. 지난 10월 MBA 과정을 인가받은 숙명여대는 르 코르동 블루 인터내셔널과 합작한 서비스 전문 MBA 과정 ‘숙명여대 르 코르동 블루 호스피탈리티 MBA’를 출범시켰다.
르 코르동 블루는 지난 1895년 설립된 외식경영 전문 교육기관으로 지금은 서비스 산업 전반에 관한 교육을 맡고 있다. 숙명여대가 추진하는 이번 과정은 호텔, 리조트, 레스토랑, 프랜차이징, 레저 등 서비스 산업 경영 과정을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들로 짜여져 있다.
내년 3월 첫 수업이 시작될 숙명여대 르 코르동 블루 호스피탈리티 MBA는 오는 30일까지 원서를 접수하며 주간과 야간 각각 20명씩을 선발한다. 남학생도 입학이 가능하다.
또 동국대는 내년 3월 개강을 목표로 문화경영전문과정 MBA를 개설했다. 문화경영전문과정 MBA는 문화 예술 관련 분야에서 2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는 실무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며 문화경영, 예술경영, 이벤트 기획 등 전문 영역을 가르친다. 30명으로 구성될 이번 과정은 야간에 진행되며 오는 30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이밖에 한국정보통신대학교는 정보기술(IT)관련 경영 전문가 양성에, 중앙대는 신흥시장인 브릭스(BRIC’s) 시장 전문가 양성에 각각 초점을 맞춰 내년께 MBA 과정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토종 MBA 과정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않다. 전세계 유수의 대학과 어깨를 겨누기 위해서는 그만한 교육의 질이 보장되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학교측의 재정투자가 급선무다.
또한 옛 특수대학원 성격의 경영대학원을 그대로 답습해서도 안된다. 일부 대학은 과정 명칭만 바뀌었을 뿐 학점과 등록금을 올리는 ‘요식행위’를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수요를 의식해 MBA 과정을 무리하게 1년으로 압축한 점, 미진한 외국인 학생 비율 등은 학교측이 재고해야 할 부분이라고 학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MBA를 운영하는 한 사립대 관계자는 “1년 과정으로 맞춘 것은 외국대학 MBA와 시간과 비용 면에서 경쟁력을 올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외국계 교원을 늘리는 등 미진한 부분은 앞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unysb@fnnews.com 장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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