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부와 여당의 당정협의에서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재계는 최악의 경우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위기 돌파방안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주요 그룹들은 기본적으로 ‘순환출자 금지’가 재논의된데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주회사제 전환에 가속도를 올린 중견그룹 외에 SK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중·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SK그룹, ‘지배구조 투명성’ 주력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요건’이 대폭 완화된 가운데 ‘죽은 줄’ 알았던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그룹들의 지주회사제 전환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미 두산, 금호아시아나, 동양 등 중견그룹들이 지주사 전환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4대 그룹 중 SK그룹도 순환출자규제 도입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SK㈜→SK텔레콤→SK C&C→SK㈜, SK㈜→SK네트웍스→SK C&C→SK㈜ 등의 2개 순환구조를 갖고 있다.
SK그룹은 당정협의에서 또다시 불거진 순환출자 금지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과 그룹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 향후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계열사간 브랜드와 이미지를 공유하는 ‘독립 네트워크제’를 운영, 경영투명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지주회사가 자회사들과 연관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사업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SK㈜는 ‘에너지·화학’, SK텔레콤은 ‘정보통신 및 통신기기’ 부문을 맡는 사업별 지주회사로 전환해 그룹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양 회사를 축으로 계열사 합병이나 분사 등을 통한 효율적인 지주회사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중장기적으로 그룹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회계투명성을 동시에 고려하기 위한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순환출자 재부상에 지주사 가속화
이미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제한을 100%에서 200%로 상향조정하고 상장 자회사 보유지분 요건도 기존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대폭 완화하면서 중견그룹을 중심으로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당정협의의 순환출자 금지논의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주요 그룹들은 일단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룹들의 경영활동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며 “순환출자금지는 출자총액제한제보다 규제강도가 더 강한 만큼 더 이상 논의하면 그룹들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그룹들은 기본적으로 순환출자 금지를 반대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지주제 전환을 통한 탈출구를 찾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4대 그룹 중 SK에 이어 현대차그룹도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다수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는 순환출자금지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차, 현대차→현대캐피탈→현대제철→현대차,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 등 3개의 순환고리를 가진 현대차로서는 순환출자 해소에 4조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고 자칫 기업사냥꾼들로부터 경영권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순환출자금지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자회사 보유율이 30%에서 20%로 완화되는 등 지주회사 전환요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만드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 중에는 LG, 중견그룹에서는 두산, 금호아시아나, 동양, 코오롱 등이 지주사 전환을 이미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 SK와 현대차그룹의 추이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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