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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자산운용 ‘모럴해저드’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자산건전성 및 자본적정성 충족을 위해 도입된 보완자본 성격인 후순위채가 계열사에 떠넘겨지고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전용되고 있다.

당초 후순위채 도입은 재무구조가 부실하거나 자본금 증자여력이 부족한 대주주의 증자 부담을 덜어주고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 적정성 유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 증자여력이 없다던 금융기관, 대주주들은 다른 금융기관이나 계열사가 발행하는 후순위채 매입과 발행분을 맞교환하는 방법을 동원하는 등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 나가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사업연도 말까지 보험사가 발행한 후순위채는 무보증 후순위채나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공모전환사채 형식으로 발행된 물량만도 대략 1조원가량이다. 이에 비해 은행이나 계열금융기관이 발행한 후순위채 매입분도 1조원 수준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대주주들이 자본금 증자 여력이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채 후순위채 발행으로 자본금을 충당한 뒤 자본금 증자 몫으로 떼어놓은 돈으로 다른 후순위채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돈을 굴린다는 분석이다. 심지어는 재무적 파트너를 선정한 후 서로가 후순위채 발행과 매입방식의 맞교환으로 자본금을 충당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K금융지주의 경우 A계열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5000억원의 후순위채 중 20%인 100억원을 B사가 매입하게 하고 그 A사는 다시 B사가 발행하는 후순위채 100억원어치를 매입, 자본거래의 플러스 요인이 없었지만 결국 자기자본비율(BIS)은 높아진 것이다. 다시 말해 비용을 빼면 발행분과 매입분 규모가 동일한데도 자본 및 자산건전성 등 경영지표에 상당한 긍정적 요인이 작용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주주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자본금 증자 대신 후순위채 발행을 동원하고 자신은 높은 이율이 보장되는 다른 금융기관의 후순위채 매입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재무구조가 부실하거나 채권회수가 불확실한데도 후순위채가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동양생명은 4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동양파이낸셜, 동양레져 등 계열사가 모두 떠안은 것으로 추정됐다. 신한생명도 계열 금융기관인 신한은행으로 부터 30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45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으로 지급여력을 다소 높인 미래에셋생명도 우리와 국민 하나은행의 후순위채 1038억원어치를 매입했고 LIG생명은 364억원의 발행분에 맞먹는 306억원어치를 매입했다. 금호생명은 1430억원, 교보자보 103억원, 그린화재 140억원, 서울보증보험 1944억원, 신동아화재 398억원, 흥국쌍용화재 147억원, 제일화재 5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들어 3조∼4조원가량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은행의 경우도 매입분이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보완자본 충족은 외국에서도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처럼 서로 맞교환하는 형태의 후순위채 발행과 매입은 거의 없다”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후순위채란 기업이 파산할 경우 채권자들에게 진 빚(은행차입금, 물품대금, 회사채 등)을 모두 갚은 후에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채권으로 순서가 가장 늦다는 의미에서 후순위채라 하며 이를 발행한 만큼 BIS와 지급여력을 인정받는 보완자본으로 채권이자가 시중금리보다 월등히 높다.

/[email protected] 현형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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