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 자본이 투입되면서부터 공기가 오염되고 숲의 나무들이 제거됐다. ‘먹고 살기’ 위해서 또는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보였다. 자본주의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매년 경제성장률이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로 생각됐다.
그러나 이처럼 ‘자본이 일으킨’ 사회문제를 자본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수행되고 있다.
■SRI펀드가 수익률이 낮다고?
단정히 쓸어 넘긴 머리에 지적인 금테 안경을 쓴 SH자산운용 김우식 주식운용3팀장(40)은 SRI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다.
SRI펀드와 잘 어울리는 인상을 가진 그는 지난 93년 증권가에 첫 발을 들여놓은 뒤 대한투신운용에서 주식운용팀과 투자전략팀에서 줄곧 근무했다. 2000년부터 처음으로 펀드를 운용해봤으며 올해 9월 SH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이 회사가 지난해 출시한 SRI펀드(Tops아름다움SRI주식 A-1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SRI펀드란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지만 동시에 그러한 이유로 지속적으로 성장이 가능할 것만 같은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때문에 최근처럼 주식시장이 종목 위주로 편중되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SRI펀드의 취지는 좋지만 정작 펀드 수익률이 낮다면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쉬울 터. 그러나 김우식 펀드매니저는 “SRI펀드가 수익률이 다른 펀드들보다 낮은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2.72%로 주식펀드 유형 평균 수익률(8.80%)보다 높다”고 말했다.
어째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옳은 일을 하는 기업이 성장 가능성도 높기 때문일까. 김펀드매니저는 “사회와 같이 가도록 상생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사업 성장성만 좋다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하수처리를 하지 않는 화학회사는 당장의 이익은 높을 수 있으나 후에 벌금을 내게 되든지 환경이 악화되면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방해한다. 하지만 환경 정화 시설을 갖춘 기업은 당장의 투자비는 들어가겠지만 지속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업들이 더 전망이 좋다는 논리다.
김매니저는 “현재 14개 정도의 SRI펀드가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넓게 보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장하성펀드’도 SRI펀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장하성펀드 역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화돼야 한다고 보고 펀드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SRI펀드, 시장에 제대로 정착해야
이러한 SRI펀드는 지금까지는 미미한 규모다. 11월27일 기준으로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는 순수한 의미의 SRI펀드(장하성펀드 제외)는 2000억원이 채 안 된다. 다만 내년 국내 SRI펀드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매니저는 “내년 국민연금 기금 운용중 국내 주식투자비중이 13.5%로 2.3%포인트 늘어나고 투자자들이 SRI펀드에 관심이 높아지면 이 목표는 달성되리라 본다”며 “SRI펀드가 시장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김매니저는 SRI펀드가 국내 시장에 제대로 정착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보다 투자 종목이 극히 제한돼 있다는 사실을 꼽았다. 여러 단계를 거쳐 지속 성장이 가능한 종목을 선정해도 몇개의 종목을 제외하면 결국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현재 35개 종목에 투자되고 있으나 대형주 비중이 96.89%에 달하고 있다. 보유비중이 높은 종목도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국민은행,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과 별 차이가 없다.
김매니저는 “이렇게 되면 SRI펀드가 주식펀드와 차별점이 엷어지게 된다”며 “다만 사회적 공헌도가 높은 유한양행과 환경에 신경을 많이 쓰는 아모레퍼시픽 등에 투자한다는 점이 여타 펀드와 차이일 뿐”이라고 했다.
김매니저는 “그러나 SRI펀드가 새로운 구조의 펀드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인 만큼 국내 기업 환경에 맞게 구조를 바꾸는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며 “아울러 SRI펀드를 운용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hu@fnnews.com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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