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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생물자원 전쟁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2.04 09:15

수정 2014.11.04 15:36

세계는 지금 생물자원 전쟁 중이다.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협약(CBD), 멸종 및 희귀생물 자원 국가간 거래금지조약(CITES)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생물소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자원의 보존이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최근 생물자원 확보는 물론 이 분야의 산업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다. 생물자원은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동물과 식물을 말한다.



■생물자원 연구개발은 왜 필요한가

#생물자원 1:세계보건기구가 공인한 유일한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 1명분 가격은 60달러 정도다. 로슈가 공장을 완전 가동해도 10년이 걸려야 세계 인구의 20%가 복용할 타미플루를 생산할 수 있다. 로슈가 벌어들일 수익은 엄청나다. 타미플루는 중국 토착식물인 스타아니스에서 추출한 성분을 가지고 개발했다. 천연 생물자원이 금, 은, 석유 등의 자원에 버금갈 정도로 막대한 부가가치의 원천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생물자원 2:최고의 명약이라 불리는 아스피린. 인공으로 합성한 신약일까? 답은 ‘노(No)’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천연신약’이다. 심장병 약은 여러해살이 풀인 디기탈리스에서 추출했다. 로지 페리윙클이라는 열대우림 식물에서 추출한 빈크리스틴과 빈블라스틴이라는 물질은 백혈병 환자 치료율을 높였다. 세계적인 항암제 텍솔도 천연 신약이다.

#생물자원 3:최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경희대 한의대 배현수 교수팀은 퓨리메드㈜, 롯데제약 등과 함께 7년여의 공동 연구 끝에 연뿌리와 연꽃 씨앗에서 추출한 물질을 주성분으로 한 항우울제 ‘연심정’을 개발,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신경 전달 물질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 대부분의 기존 우울증 치료제는 장기간 복용하면 성기능 장애나 불면증, 무기력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하지만 연심정은 임상시험결과 이런 부작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생물자원 4:세계에서 가장 비싼 쇠고기는 일본 소 ‘와규(和牛)’ 고기를 꼽는 사람이 많다. 육질이 좋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더 좋은 육질의 품종으로 개량하기 위해서 와규의 유전자 정보를 해독해 관리하고 있다. 최근엔 교잡종(交雜種)으로부터 와규를 보호하기 위해 와규의 정액을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생물자원 5:지구상엔 약 350만종의 미생물이 있다. 이중 1%만 개발됐다. 특히 개발비용 투자 대비 창출효과도 매우 높다. 정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자생식물 이용기술 개발사업단장은 “생물자원의 발굴비용은 주당 300만∼1000만원이 소요된다”며 “이를 연구개발 일상생활에 적용할 경우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현재 제약, 농업 등 생물자원 이용 상품의 세계시장 규모는 8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신약 재료로 들꽃이 거듭나요

우리나라 산과 들에 자라는 식물은 4300여종. 한반도에서만 발견되는 고유한 자생식물도 400여종이나 된다. 이들 자생식물에서 신약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한창 진행중이다.

지난 2002년 6월 출범한 과학기술부 ‘자생식물 이용기술 개발사업단’은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을 천연신약이나 관상수목, 산업용 천연소재로 개발하는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다. 특히 식물추출은행, 약용식물 종자은행, 유전체 기능연구 및 정보기지 등 3가지 공통기반사업을 통해 자생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전통의약 지식에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접목, 아스피린이나 택솔과 같은 천연신약 소재나 신기능성 식품의약을 개발한다는 원대한 계획도 갖고 있다.

올해 1월 현재 자생식물사업단은 천연신약 소재 및 신기능성 식품의약과 관련해 산업체에 30여건의 기술이전을 통해 60억원에 달하는 기술료(향후 징수 예정액 포함) 실적을 올렸다.

천연물 R&D에도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세계 7대 R&D 국가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독성과 부작용이 적은 천연물 신약을 6개 이상 개발키로 했다.

전세계 천연물 의약품 시장 점유율도 1%에서 2%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1677억원을 투입한다. 천연물 약재 재배 농가 지원 및 남북한 천연물 연구교류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또 내년부터 오는 2010년까지 4년간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허혈성 혈관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하고 정부와 민간이 각각 44억5000만원씩, 모두 89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생물자원 찾아 지구촌 뒤진다

정부는 요즘 필수적인 생물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유용한 생물소재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그 첫번째 과제는 중국,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4대 권역별로 해외거점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부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총 865억원을 지원해 중국, 말레이시아, 코스타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에 현지 협력기관의 부설 형태로 해외센터를 설립하여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지구적 생물다양성 협력네트워크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권은 내년에 중국 윈난성 위시(玉溪) 과학단지에 한·중생물소재센터를 설치하여 중국, 몽골, 러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전통의약 소재를 집중 개발키로 했다. 동남아권은 올해 말레이시아 사바대에 생물소재센터를 열 계획이다.


남미권은 현재 페루에서 운영하는 공동연구사업을 내년에 코스타리카 인바이오(INBio) 지역에 설치하는 생물소재센터에 통합하여 아마존 지역의 생물소재를 수집하고 아프리카권은 올해 남아공에 센터를 두기 위한 계약을 맺고 공동연구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도움말=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

/sejkim@fnnews.com 김승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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