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러화 약세의 영향으로 종가기준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까지 밀렸다. 글로벌 달러화 약세라는 하락 압력속에서도 최근 1주일동안 930원선을 힘겹게 지키던 원·달러 환율이 가중되는 달러화 매물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927.60원까지 후퇴했다.
그러나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가파르지 않은데다 그동안 원화가치의 절상폭이 타국 통화에 비해 과도했다는 인식도 폭넓게 자리잡고 있어 추가적인 하락폭은 깊지 않을 것으로 외환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외환위기 이후 최저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주말보다 1.0원 떨어진 927.6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7년 10월23일의 921.00원 이후 9년1개월만에 최저치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은 미 달러화가 전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지난 주말 미 10월 건설지출과 11월 ISM 제조업 지수 등 경제지표가 부진을 보이자 약세를 보였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경우 달러화 약세현상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3월쯤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외환보유액 1조달러를 넘어선 중국이 통화 다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달러화에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글로벌 달러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원·달러 환율은 그나마 잘 버티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까지 밀리긴 했지만 경계점에 다다른 상황이어서 소폭 밀리기만해도 최저 수준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란 단지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라고 시장 참가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산업은행 이정하 과장은 “글로벌 달러화 약세에 비하면 원·달러 환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밀린 것은 아니다”며 “시장에서는 연저점을 이미 예상하고 있어 흥분하지 않았고 의외로 차분했다”고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연중 910원선은 지킬 듯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기를 고려했을 때 글로벌 달러화 약세현상이 쉽게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또 수출업체들이 내년 환율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 수출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져 시장에 공급되는 달러화 매물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
신한은행 홍승모 과장은 “글로벌 달러화 약세를 고려했을 때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하락폭이 깊지는 않고 연내 910∼920원선에서 지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과장은 “엔·달러 환율이 115엔선 밑으로 떨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도 빠르게 하락할 수 있지만 그래도 900원선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910∼920원선 지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시장의 수급상황도 일방적인 달러화 매도와 같은 쏠림현상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이과장도 “뾰족한 재료가 없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반전되기는 쉽지 않지만 저가매수세가 많이 유입되는 등 의외로 지지가 좋아 밀려도 910∼920원선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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