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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과 함께하는 경제특강] 피부물가와 지수물가는 왜 다를까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우리는 근년 들어 광복 이래 물가상승률이 가장 낮은 물가안정기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들어 10월까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광복이후 지난해까지의 연평균 물가상승률 28.9%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으며 광복이후 외환위기 이전까지 물가안정기의 전성시대라고 불리었던 1980년대 초반(1982∼5년)의 물가상승률 3.9%와 비교하더라도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정부나 한국은행에서 발표하고 있는 물가와 차이가 있다고들 한다. 이러한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상당부분 다음과 같은 착시(錯視)현상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로 개인마다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수물가가 여러 가지 상품가격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종합한 평균적인 물가수준인데 비해 피부물가는 개인이 상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주관적으로 느끼는 물가이기 때문에 자주 구입하는 몇몇 품목의 가격변동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예를 들어 대학등록금이 많이 올랐지만 냉장고, TV 등 전자제품가격이 내려 전체물가는 변동이 없다고 하자. 그러나 이 때에도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물가가 올랐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 이외에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두부, 라면, 돼지고기와 교통요금 등 기본 생활필수품 156개 품목을 대상으로 생활물가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의 급등, 교육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생활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

둘째 생활수준의 향상이나 가족수의 변동에 따른 소비지출증가를 물가상승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소득이 늘어나서 TV나 냉장고를 대형으로 바꾸어 지출이 늘어나는 경우와 자녀수 증가 또는 성장에 따라 생활비가 늘어난 경우에도 물가가 오른 것으로 혼동할 수 있다.

셋째로 소비자의 주관적 심리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격이 떨어지거나 작게 오른 상품보다는 가격이 많이 오른 상품을 중심으로 물가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물가가 안정되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물가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주식이나 아파트, 토지 등의 자산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시기에는 심리적으로 더욱 물가상승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소비지출구조의 변화에 따른 가중치 변화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통신비 비중이 낮았으나 휴대폰의 보급 확대 등으로 그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현재 물가지수는 5년마다 기준년을 개편하고 조상대상품목과 이들 품목의 가중치를 조정하고 있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절대적 물가수준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1980년 이후 우리나라의 물가상승 추세는 낮아져 안정적 수준에 접어들었으나 이전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누적됨에 따라 이미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은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고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2002년 이후 우리나라의 원화가치는 미달러화나 엔화에 대해 높아지는 추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해외여행시 같은 원화로 과거보다 더 많은 물건을 해외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러한 점도 피부로 느끼는 국내물가수준을 상대적으로 더욱 높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주현 물가통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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