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간의 점포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이 입점하는 빌딩의 건물주만 이득을 얻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 은행들이 점포수를 대폭 늘려가면서 영업하기 좋은 지역은 한정되고 입점할 수 있는 건물은 적다보니 서로 가격을 높여 부르거나 이미 입점이 확정된 타 은행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서 계약을 파기해버리는 상도의를 어긋난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 만나게 되는 점포인 인천국제공항의 은행 입점은 은행간의 일대 전쟁을 보는 듯하다. 현재 신한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이 입점해있는 인천 공항 점포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으로 생긴 여유 점포 1곳을 포함해 전체 4곳의 점포의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내년 2월 신규 선정을 앞두고 이미 입점한 은행들은 점포 수성에 여념이 없고 국민, 하나 등 입점을 노리는 은행들은 점포 뺏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기존 입점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미 입점한 은행들에게 어느 정도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고 재계약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경쟁을 유도하다보니 임대료 가격이 천정 부지로 치솟게 생겼다”면서 “이렇게 올라간 임대료 가격은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입점 경쟁은 대학교 입점에서도 예외가 아니라서 최근 한 대학에 신규 입점한 A은행은 해당 대학에 7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기부금을 약속했다. 이 대학에 원래 입점해 있던 B은행이 제시한 20억원의 기부금보다 훨씬 큰 금액에 대학측에서 A은행을 택한 것이다. 또 다른 대학에 입점한 C은행의 경우 10억원의 기부금에다가 학교 건물을 지어주기로 약속하고 나서야 입점이 가능했다. B은행의 관계자는 “대학은 영업이 크게 잘되는 지점이 아니라서 연간 기대 수익이 그다지 크지 않다”면서 “기부금 끌어모으기에 혈안이 된 대학과 경쟁이 치열한 은행간의 관계가 묘하게 맞물리면서 임대료만 엄청나게 올라가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상가 입점을 위한 경쟁도 만만치 않다. A은행이 아파트 상가에 입점한다는 소문이 나면 곧 B은행이 이보다 훨씬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면서 건물주에게 계약 파기를 종용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같은 건물안에 나란히 두개의 은행이 입점하는 경우도 있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은행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안 상가주가 일부러 여러 은행에 연락해서 가격을 높이는 등 경쟁을 악용하기도 해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입점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mchan@fnnews.com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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