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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라이프] ‘김종욱 찾기’ 여주인공 오나라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2.21 16:52

수정 2014.11.04 14:53



겨울비 내리는 서울 동숭동 예술마당 옆 커피숍. 지난 15일 뮤지컬 ‘김종욱찾기’의 여주인공 오나라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이날 오후 공연이 있는 오나라는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극장 옆 작은 커피숍을 잠시 찾았다.

테이블이 대여섯 개 밖에 없는 작은 커피숍에는 아까부터 아네트 베닝과 워렌 비티가 출연했던 영화 ‘러브어페어’의 테마 음악이 맴돌고 있다. 오나라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 음악 너무 좋아해요. 영화는 아마 열 번도 넘게 본 것 같아요. 이 노래는 주인공들이 비행기에서 내려 친척이 머무는 섬에 도착했을 때 나왔던 것 같았는데….”

오나라가 물어보진 않았지만 기자도 짧게 응했다.

“마지막 재회 장면에서도 흘러 나왔죠.” 문득 영화 ‘러브어페어’와 오나라가 출연한 ‘김종욱찾기’가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작품 모두 여행지에서 주인공들이 운명적 사랑을 찾는 것이 그랬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오나라에게 운명적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거창하게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기자를 지금 만나는 것도 어찌 보면 운명이죠.” 그녀가 또 다시 따뜻한 웃음을 보였다. 뮤지컬 ‘김종욱찾기’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운명적 사랑은 주변에서 찾는 편이 낫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전해준다.

오나라는 자신의 머리색 같은 오렌지처럼 상큼함이 넘쳐 났다. 그녀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지 궁금해졌다. “크리스마스 때 뭐하긴요. 공연해야죠. 10년 내내 크리스마스 때 공연만 했어요. 공연계로선 이 때가 대목이잖아요.(웃음)”

배우 오나라에겐 크리스마스 데이트보단 공연이 더 중요한 듯 보였다.

“공연이 끝난 뒤 남자친구가 운영하는 와인바에 가볼 생각이에요.” 오나라의 남자친구는 배우 출신으로 모델 아카데미에서 연기 지도를 한다. 또 그는 청담동에서 ‘웨스트엔드’라는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다. 오나라는 남자 복이 참 많다. 최고 배우인 남경주와 뮤지컬 ‘아이러브유’에서 함께 공연했고 신세대 스타 오만석, 엄기준, 신성록과 ‘김종욱찾기’에서 함께 열연했다.

‘김종욱찾기’ 앙코르 공연에선 드라마 ‘주몽’에 출연중인 영포왕자 원기준이 오나라와 호흡을 맞춘다. 솔로 여인네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게다가 그녀는 친구 복도 많다. 뮤지컬 ‘에비타’의 주연으로 출연중인 배해선과 김선영이 가장 친한 친구다. 서른 두살 동갑내기인 이들은 뮤지컬계의 3인방으로 꼽힌다. “배해선은 배울 것이 많은 친구예요. 해선이를 보고서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컬 ‘페임’에 출연할 때는 선영이 집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어요. 세 사람 모두 동갑이어서 더욱 친해졌죠. 지금은 모두들 바빠져서 시상식과 행사 때만 만날 수 있어서 아쉬워요.”

오나라는 올해 유난히 상 복도 많았다. 먼저 올해 초 대구 국제 뮤지컬페스티벌에서 ‘아이 러브 유’로 여우신인상을 뒤늦게 받았다. 또 데뷔 10년 차에 걸맞게 지난 10월에는 2006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김종욱 찾기’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최고의 배우로 인정받기까진 오나라의 성실함이 뒷받침됐다. 오나라는 뮤지컬 ‘아이러브유’에 300여회, ‘김종욱찾기’에 100여회 출연하는 동안 한번도 공연을 쉬거나 ‘펑크’ 낸 적이 없다.

공연에 늦은 남자배우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해프닝이 벌어진 적은 있지만 오나라의 공연은 계속됐다. 그녀의 성실함과 도전성은 지난 2001∼04년 일본 시키(四季) 극단 생활에서도 나왔다. “일본어를 한 마디도 못했지만, 그냥 부딪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일본으로 갔어요. 아직도 쓰고 읽는 것은 서툴지만, 이젠 일본인과 대화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전용극장이 12개나 있는 시키극단 생활에서 나름대로 배운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정신장애를 앓아서 두 살 정도 지능밖에 지니지 못한 남동생과 사업 실패를 겪은 아버지 등은 오나라를 더욱 강인한 배우로 만들게 했다.

하지만 그동안 오나라가 연기한 작품들이 대부분 코미디 뮤지컬 때문인지 그녀는 무대 안이든 밖이든 항상 밝고 행복한 이미지가 잘 어울렸다.

20∼30대 솔로 여성팬들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어쩌면 뮤지컬 속 주인공 오나라와 실제 오나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오나라에게도 똑같은 공연을 수십 번씩 봤다는 남성 마니아도 있지만.

“아무래도 팬들은 20대 후반 직장인 여성들이 많아요. 어떤 팬은 나라 언니 덕분에 대리만족을 한다고 즐거워하기도 했어요. 무대위가 화려하잖아요. 저 자신도 무대에 설 때 행복한 전율을 느낍니다.”

/rainman@fnnew.com 김경수기자

■오나라가 출연한 ‘김종욱찾기’

29세 신문사 여기자인 오나라는 7년 전 운명적 사랑을 찾아 떠난 인도 여행에서 김종욱을 만나 불꽃 같은 사랑을 나눈다. 그렇지만 운명이라면 또 다시 만날 것이라며 오나라는 그와 기약 없이 헤어진다. 그 뒤 여행 중에 2차례나 김종욱과 우연히 다시 만나지만 확신치 못한 오나라는 그의 동행 제의를 거절하고 홀로 귀국한다.

7년이 지난 뒤에도 제 짝을 만나지 못한 오나라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종군기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요구가 회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오나라는 미련 없이 직장을 그만둔다. 신문사를 때려치운 딸을 보다 못한 아버지는 오나라에게 시집이나 가라고 한다. 결국 오나라는 아버지의 강권에 밀려 잊고 지냈던 옛사랑을 찾기 위해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찾는다.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차린 남자도 옛사랑에 대한 아픔이 있다. 회사에서 잘리고 애인에게 까지 차인 남자는 옛사랑을 찾던 중 첫사랑을 찾아주는 사업체를 차린다. 그런 남자는 우여곡절 끝에 사건을 의뢰한 오나라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래도 남자는 오나라의 첫사랑 김종욱을 찾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한다. 그렇지만 첫사랑 김종욱의 주민등록증까지 갖고 있었던 오나라가 옛사랑을 의도적으로 찾지 않았음이 곧 밝혀진다.


오나라는 첫사랑이기에 그 사랑이 변하고 퇴색되는 것이 두려워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었다며 변명하듯 노래한다.그리고 남자는 그녀에게 작은 해답의 실마리를 던져준다.


“난 사랑할 자격 없어요. 이기적이고 꿈속에 살죠. 아무도 내 삶에 들어 올 수 없는 지금이 난 좋아. 다가오지 마요”

“난 신기루 안에 신기루를 찾을 거야. 사랑은 자의식이 생기면 끝장이래요. 우리 조금씩만 취해서 살아요.”(2006년 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 수상작 ‘김종욱찾기’의 테마송)(배우 오나라는 이 뮤지컬 속 주인공 오나라와 실제 이름이 같다.

/김경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