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증권사 보고서는 참조용으로만 가끔 보죠. 그것만 보고 주식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언제나 사라고만 하는데…"
올해로 주식 투자 경력이 10년째인 황모(36세)씨는 "증권사 보고서는 꼭짓점에서 추천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증권사 보고서보다는 선후배들의 '우리 실적 좋은 것 같아' 등의 내부정보를 투자 판단 잣대로 더욱 신뢰한다"고 털어놓았다.
#2. "아이브릿지가 실적 턴어라운드가 확실히 확인됐고 성장성이 기대된다"
지난해 11월 부도설이 나돌고 이 회사 대표가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당할 당시 증권사들이 내놓은 보고서 내용이다.
증권사 보고서가 믿음을 받지 못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시장의 평가와는 전혀 다른 분석이나 전망들로 투자자들의 손해를 끼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모르고 보고서를 냈다면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알고서도 그랬다면 범죄행위"라고 꼬집었다.
■끊이지 않는 엉터리 보고서
'아니면 말고'식 증권사 보고서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내놓는 보고서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 보고서를 투자 잣대로 삼지 않는다.
특히 보고서에 매수 의견만 있지 매도 의견은 '가뭄에 콩나는 듯'할 정도로 보기 힘들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빈축을 사고 있다. 오죽하면 내용에 상관없이 매도 의견을 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뉴스가 될 정도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꿋꿋이 소신을 지키는 애널리스트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는 영업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은행(IB)업무와 리서치 업무가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며 "매도 보고서를 내면 해당 기업과 금융영업을 하는 데 곤란하기 때문에 매도 추천서를 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또 A 증권사가 주간하는 IPO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B 증권사한테 좋게 써줄 것을 요청하고 반대 급부로 A 증권사는 B 증권사 IPO 기업의 보고서를 긍정적으로 써주는 경우도 있다. 증권사간에 서로간 주고받기식으로 보고서를 써주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역량있는 애널리스트는 그렇지 않겠지만 신임 애널리스트의 경우 이같은 바터 요청은 끊임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관투자가를 위해 존재하는 리서치센터
증권사들이 상시적으로 분석하고 전망을 내놓는 종목수는 200여개에 불과하다. 전체 상장된 종목의 8분의 1가량이다. 시가총액 100억∼1000억원 정도의 종목들은 관심밖인 셈이다.
이는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법인 영업을 위해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투신사나 연기금을 대상으로 하는 법인영업을 위해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설명회를 개최해주고 리서치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리서치센터의 존재 이유이다.
이렇다보니 기관들이 관심을 갖는 대형주 중심으로 분석과 전망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기관들이 스몰캡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애널리스트들도 분석 종목에서 중소형주를 빼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를 육성하는 공식적인 통로가 없이 도제형식으로 애널리스트를 키우게 되는 점도 문제다. 이렇다보니 회사내에서 애널리스트를 육성하기보다는 외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스카우트해 단기간에 결과를 내려는 경우가 많게 된다.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는 부족하게 되고 애널리스트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현재 증권업협회는 애널리스트를 조사분석담당자로 등록해 관리하고 있으나 애널리스트를 위한 공식적인 교육이 이틀에 불과해 교육 프로그램 강화가 요구된다.
■증권사 보고서 평가는 시장에서 이뤄져야
증권사 보고서를 평가하는 것은 결국 시장의 몫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의 경우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어떤 증권사가 매수를 추천했냐를 보게된다. 또 증권사 보고서가 매수 추천이 많이 나오면 그 주가를 올라간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은 매수 추천 보고서를 내놓고 동시에 그 주식을 매도하는 등으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보고서와 시장이 꺼꾸로 가게 되는 것이다.
증권연구원 노희진 정책제도팀장은 "투자자들은 증권사 보고서가 계속 틀린다면 해당 증권사에서 주문을 안내고 거래를 끊어야 엉터리 보고서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애널리스트 자격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격증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도 애널리스트 자격증 제도를 도입한 만큼 국내에서도 이 제도 도입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는 것이다.
노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업계 종사자를 재정립해야 하는데 애널리스트 자격증 제도 도입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권사들이 앞으로 자산관리 분야를 키워야 하는데 자산관리를 전문화시키기 위해서도 개별 보고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