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시장 잡는 부동산정책/김성환기자

파이낸셜뉴스


"낮에 보면 폼 나지만 밤만 되면 유령아파트로 변하죠. 입주가 시작된 지 두 달이 다 됐는 데도 불 켜진 곳 찾기가 힘들어요."

서울 양천구 목동의 '랜드마크'인 주상복합 하이페리온 2차. 지난 15일 오후 10시께 이곳을 찾았지만 낮에 본 위용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입주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입주가 제대로 안 된 이유를 묻자 "입주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입주 예정자들이 기존에 살던 고가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입주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폭등하면서 매물 보유자들이 한껏 호가를 높여 왔다. 그러나 가격 폭등지역을 필두로 매도 호가와 매수 희망가격 차이가 크게는 2억원 이상 벌어지면서 거래가 실종되고 있다. 전세 살던 입주 예정자들도 비슷한 처지다. 성수기가 다가왔지만 전세를 찾는 사람이 없어 방을 뺄 수가 없다.

잘 나가던 오피스텔도 '손님'을 찾기도 힘들다. 이에 따라 하이페리온 2차 오피스텔 임대주들은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하고 입주 당시보다 전세가격을 5000만원 정도나 낮추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입질'이 거의 없다. 한파가 몰아치는 부동산 시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각에선 부동산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와 대출규제 등 초강경 1·11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단기 효과와 실적에 치중하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까 우려된다. 대책의 후속 조치 마련에는 보다 신중히 친 시장적인 방안을 내놓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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