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줄리엣 “한국에 정들었다…사찰에 가고 싶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1.18 11:00

수정 2014.11.13 17:56


프랑스 3대 뮤지컬 중 하나인 ‘로미오&줄리엣’. 이 작품에 출연하는 프랑스 배우와 기술진 70여명은 지난해 말 내한해 무려 한 달간 합숙훈련을 가졌다. 오로지 20일부터 오는 2월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치는 공연을 위해서다.

이처럼 해외 오리지널 공연팀이 한달 가까이 한국에서 합숙을 하면서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들은 광주광역시 구동체육관에서 공연 준비를 하며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았다. 아직까지 서울·경기 지역에선 대형뮤지컬 공연연습을 장기간 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다소 허름하지만 규모가 큰 지방의 대형체육관을 대여했다.



광주 구동체육관 주변은 작은 시골장터 분위기가 날 정도로 다소 낙후됐지만, 배우들은 이런 한국적 분위기에 익숙하다고 스스럼 없이 말할 만큼 정이 들었다.

공연을 일주일 앞둔 지난 10∼11일 뮤지컬 ‘로미오&줄리엣’ 공연팀이 리허설중인 광주 구동체육관을 찾았다. 프랑스 배우들은 추운 날씨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며 열띤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에 맞춰 새롭게 줄리엣으로 캐스팅된 조이 에스텔(23)을 연습 도중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한달간 공연준비는 어땠나.

▲오전 10시 쯤 체육관으로 와서 30분 정도 몸 풀기를 한다. 그 뒤 댄서는 몸풀기를 계속하고 나머지 배우들은 보컬 코치와 발성연습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식사 시간을 제외하곤 밤 10시까지 리허설이 계속된다.

기자가 찾은 지난 11일 오전에 배우들은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뉴에이지 팝음악에 맞춰 스트레칭중이었다. 하지만 오후에는 완벽한 무대복장을 갖춘 리허설의 강행군이 진행됐다.

―모델이었다고 들었다.

▲여덟 살 때부터 ‘베네통’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TV드라마에도 출연했다. 뮤지컬에서 줄리엣 역할은 한국 공연이 처음이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브로드웨이 진출이 꿈이다. 그렇지만 쉽진 않을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고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 잘하고 싶다. 개인적으론 로맨틱 서스펜스, 스릴러 등 모든 장르를 다 소화 해보고 싶다.

―한국에선 연예인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데.

▲프랑스도 그런 경향이 조금 있다. 그렇지만 재능이 있는데 왜 틀 안에 박혀 있어야 하나. 프랑스는 뮤지컬을 통해서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배우들이 더 많다. 나 역시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TV스타 못지않게 뮤지컬 스타들이 더 유명해지고 있다. ‘십계’와 ‘로미오&줄리엣’의 주인공들은 프랑스 최고의 인기 배우들이 됐다. 그리고 프랑스에선 뮤지컬 배우들이 음반을 내는 경우가 많다. 나도 음반을 준비중이다.

―한국은 뮤지컬배우 교육 정규 과정이 거의 없다. 프랑스는 어떤가.

▲프랑스도 없다. 대신 오디션을 통해서 배우들이 만들어 진다. 나의 경우 7∼8세 때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두 살때부터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프랑스 뮤지컬이 다소 남성적이라는데.

▲마케팅인 것 같다. 주연배우들이 남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로미오&줄리엣’은 여성적인 요소가 많다.

―한국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와 새해는 어땠나.

▲공연준비가 계속됐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파티가 있었다. 25일엔 배우들은 짧은 휴식을 가졌지만 스태프들은 일했다. 그리고 12월31일에도 하루 종일 작업했다.

―프랑스에선 바캉스 기간인데.

▲파리에서 3주간 리허설을 가졌지만 모두들 한국에서 리허설을 하고 싶어했다. 매일 함께 일하는 게 행복하다. 프랑스에선 무대세트 없이 연습했다. 한국에선 세트가 있어서 좋다. 프랑스도 이젠 그리 그립지 않다. 한국에 정이 듬뿍 들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도 극장 대관이 무척 어렵다. 특히 ‘로미오&줄리엣’처럼 대형뮤지컬을 공연할 수 있는 곳은 ‘팔레 드 콩그레’와 ‘팔레 드 스포츠’ 두 곳뿐이라고 작곡가는 나중에 알려줬다. 프랑스도 ‘라이온킹’ 공연장이 유일한 뮤지컬 전용극장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국에서 해보고 싶은 것은.

▲부처를 모신 절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글·사진=김경수기자 rainman@fnnews.com

■‘로미오&줄리엣’ 스태프가 말하는 韓·佛 뮤지컬

"한국은 공연 직전에 배우들이 미용실에 다녀오는 경우가 많지만 프랑스의 경우 배우의 가발, 염색 등을 전담하는 헤어디자이너를 따로 두는 것이 달랐다." -헤어디자이너 임요선씨

"한국인은 골격이 입체적이지 않아서 메이크업을 할 때 음영을 많이 준다. 강한 빛을 받으면 얼굴 형체가 흐려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프랑스 배우들은 얼굴 윤곽이 뚜렷해서 그런 점이 덜했다. 그렇지만 두 나라 모두 스타배우들의 경우 메이크업에 상당히 까다로운 점은 똑같다." -메이크업포어버 아티스트 박혜선씨.

"프랑스 배우들은 공연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열정적이다. 그리고 기획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다." -최남주 이룸이엔티 대표

"프랑스에선 음악을 먼저 듣고 뮤지컬을 보러온다. '로미오&줄리엣'의 경우 약 200만장의 음반을 팔았다. 프랑스에선 음반을 먼저 내지 않아서 흥행에 참패하는 경우도 많다.
음반 판매가 뮤지컬 흥행과 관계가 깊다." -작곡가 제라르 프레스귀르빅

■사진설명=프랑스 3대 뮤지컬 '로미오&줄리엣' 서울 공연에서 줄리엣으로 새롭게 캐스팅된 배우 조이 에스텔(23). 모델 출신인 그는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사진을 찍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지만 온몸에 땀을 흘리며 공연에 몰두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사진=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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