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FTA 문서유출,‘自害 ’하자는 건가

파이낸셜뉴스

지난 15∼19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은 자중지란의 깊은 상처를 남긴 채 별 소득 없이 끝났다. 국회 FTA 특위에 보고된 정부의 비밀 협상전략 문건이 언론에 유출된 것은 슬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미국 측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마저 “김종훈 한국 수석대표와 협상팀에 안된 일”이라며 “나도 그런 입장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적장(敵將)한테 동정을 받아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부끄럽다.

유출된 문건은 FTA 특위에 보고한 뒤 곧바로 회수해 국회 캐비닛에 따로 보관하는 비밀문서다. 특위에 참가한 누군가가 몰래 빼돌리거나 복사해서 언론에 의도적으로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가 “비공개 협상전략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협상단을 무장 해제시키는 것”이라며 ‘꼼수’ ‘자해’라는 용어를 동원해 강하게 비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적전 분열을 마다하지 않는 이 같은 행위는 미국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미국 대표단은 의원들의 요구를 협상 결과에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하는 등 행정부와 의회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쇠고기 수입 재개 없이는 한·미 FTA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의 압력이 좋은 예다. 이에 미국 협상단은 비준권을 쥔 의회 압력을 핑계 삼아 우리 측에 쇠고기 시장 개방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협상은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내달 미국에서 속개될 7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등 핵심 쟁점을 놓고 빅딜이 예상된다. 국내 여론이 협상단에 힘을 모아 주어도 부족할 판이다. 이럴 때 한목소리를 내지는 못하더라도 적을 이롭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소신과 문서 유출로 국익을 저해하는 행위는 별개다. 늦었더라도 외양간을 확실히 고쳐야 한다. 문건 유출자는 비밀유지 서약서에 따라 철저히 제재하고 신원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익이 걸린 문서 유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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