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박현주 아트 톡톡톡] 소리를 본적이 있습니까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21일 오후 5시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 2층. ‘소리에 미친’ 최소리가 나타났다. 화려한 공연장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던 그의 모습은 소박했다. 긴머리에 복어를 연상시키는 캐릭터가 그려진 흰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그는 무대에 서자 긴머리카락을 묶었다. (TV에서, 공연장에서 기운생동한 붓같은 머리카락은 얌전해졌다)

그는 “오늘은 소리로 어떻게 작업을 하게되었는지, 소리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소개를 하는 자리”라며 “공연보다는 말을 많이 하겠다”고 했다. 양손에 6개의 스틱을 꼈다. 그 모습만으로도 관객들은 신기하다.

대나무를 쪼개만든 가느다란 스틱, 대나무 뿌리로 만든 중간크기의 봉이 달린 스틱, 천둥같은 소리를 내는 왕성냥같은 스틱 하나하나는 그냥 나무막대가 아니라 이미 악기였다. 나무가 바람맞는 소리, 바람을 견디는 바위 소리, 노래부르는 새소리등이 어울려 들려나오는 그의 소리는 듣는 이들을 기억의 저편, 추억의 고향으로 안내하고 소용돌이 치게 했다.

특히나 그가 7년동안 연구개발해 만들었다는 소리금으로 연주한 ‘비단길’연주는 가슴 저 깊은 감정의 골을 툭 건드리며 울렁였다.

가느다란 대나무 스틱으로 두들기는 ‘소리금’은 가야금같기도 하고 양금같기도 하고 기타, 하프같기도 했다. 그런 악기의 좋은 소리만을 모아 만든 소리금 악기는 제목만큼이나 어울리게 비단길 소리를 냈다.

이 악기를 연주하기까지 북채로 “날아다니는 파리 눈을 맞칠수 있을만큼 연습했다”는 그는 눈을 감은채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고 섬세하게 움직이며 기타줄같은 악기를 두드렸다. 그러자 뭉크의 절규, 르느와르의 선상위의 점심식사,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의 그림이 보여지고 번민 환희 고민 절규 기쁨 슬픔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내적인 유동성,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감정 때문에 전시장은 일순 알 수 없는 고요함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리 내부의 어떤 중요한 곳으로 돌아온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가 만들어낸 그림 ‘복어’같은 캐릭터를 보고 누구는 햇님같기도 하고 누구는 어린이 같다고 한다. 최소리는 그것이 어떻게 보이던 그렇게 보이면 그런것이지 어떤것이라도 규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행복한 세상, 편안한 세상, 해맑은 세상을 위해 그려진 그림이므로 각자 맑은 마음을 가지면 세상도 해맑아지지 않겠느냐”는 최소리의 설명이다. 맛배기같았던 소리 공연이 무척 아쉽다. (공연은 30일까지) 하지만 이제 소리를 통해 그저 스치는 소리라도 흘려들을수 없을 것 같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와 에너지에는 그들만의 영혼의 소리가 있다는 최소리의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된다.

흔히 무시하고 묻어버리는 사소한 것들에게서 기쁨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그가 있어 세상은 행복하다.

/[email protected]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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