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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銀 내부정보 구멍 ‘숭숭’

이종택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책은행들의 내부 기밀정보가 일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국가간 통상·외교 석상에서 한국이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첨예한 공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국책은행들의 유출된 정보는 협상 테이블에서 패배를 가져오는 ‘결정타’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난해 국감 녹화분은 국회 인터넷 방송에서 실시간 시청이 가능한가 하면 기획예산처가 공기업 경영공시를 강화, 이들 은행들의 재무정보는 인터넷 상에서 누구나 손쉽게 열람할 수 있는 상태다.

또한 피감기관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제출한 국감질의 답변서 등도 관리소홀로 인해 복사본이 시중에 유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같은 자료들이 아무런 관리 체계없이 공개되고 있다는데 있다.

실제로 수출입·산업은행의 지난해 국감에서는 이들 은행이 기업들에 제공한 대출조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총액, 대북 진출기업들에 대한 여신규모 등 구체적인 숫자들이 언급돼 있다.

이와 관련해 “이런 정보들이 경쟁국 정보 당국의 손에 들어갈 경우 우리측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수출입은행 국감 당시 원희룡 재경위원(한나라당)은 “자원개발 금융지원과 관련, 지난 2002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2005년 1000억원을 상회했다”며 “고려아연 25%, SK 65% 등 자원개발 지원금액이 일부 기업에 편중됐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전략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또한 엄호성 의원(한나라당)은 “북한 진출기업에 대한 특혜성 대출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 지원여신 143억원에 담보는 제로(0)”라고 추궁했는데 이는 자칫 한·미 FTA협상에서 미국의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들에 특혜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확인시켜 준 꼴이 됐다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의 정부개발원조(ODA) 사업과 관련, “순수원조가 아니라 자국(한국) 기업들이 장사해 먹기 위한 제국주의적 행태”라고 맹비난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의 발언은 해외시장에서 뛰고 있는 우리기업들의 입지를 축소시킬 여지가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는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하지만 국책은행들의 주요정보와 전략들이 인터넷, 문서 등을 통해 여과없이 노출돼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지난 97년 유럽연합(EU)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위스키에 붙는 주세가 소주에 비해 높다’며 제소, 소주업체들이 진 경우를 예로 들며 정보유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국내 소주업체들이 패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소주가 위스키와 대체관계에 있다’는 내용의 홍보자료를 배포한 것이 EU측의 근거자료로 활용돼 EU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손기윤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각 나라마다 경쟁국 주요 기업 및 국책은행들의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기관·업체마다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나 홈페이지, 연차보고서 등의 유출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또 “중국, 일본 등 어느 나라도 자국의 자원개발 등에 관한 세부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국감 생중계 등은 앞으로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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