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길이 있다] “기업 ‘투자의 길’부터 열어줘야”

지난 해 한국경제는 5% 성장을 달성했다.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인 한국의 처지에서 이 수준은 결코 낮은 것은 아니지만 강력한 경쟁국인 중국에 비해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중국은 지난 해 무려 10.7% 성장했다.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7년뒤면 경제규모가 지금의 두배에 이르고 거의 전분야에서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가 끝난뒤 “우린 일본과 중국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고 한 말도 이같은 현실진단과 일맥상통하다.
그래서 이대로 가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1∼2%대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이에 따라 정부는 정부대로 동반성장 전략을 추진하되 시장경제가 작동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특히 시장경제의 두축인 기업과 가계가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고,그 일자리에서 얻은 소득으로 소비를 함으로써 성장의 내실을 다지도록 하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가정신 살려야
지난 25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해외직접투자동향에 따르면 지난 해 해외직접투자는 184억6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04.4%나 증가했다.이 가운데 41%인 76억4000만달러가 제조업에서 나간 돈이었다.대기업의 해외투자는 123%나 증가했고 특히 중국 반도체 공장에 35억4000만달러가 투자됐다.
반면 국내 투자는 대단히 부진하다.산업자원부가 최근 200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년대비 증가율은 6.8%에 그치고 그 가운데서 제조업 투자는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의 해외투자는 국내 제조업 기반의 붕괴→일자리 감소→소비여력감퇴→생산위축→경제성장둔화의 연쇄고리가 돼 우리경제의 목을 죌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업이 한국을 떠나는 것은 많은 규제, 쇄국적인 국민의식,완화됐다고 하나 여전한 반기업 정서,시장경제에 대한 공격이 복합돼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82%가 ‘기업가 정신이 위축돼 있다’고 응답했고 그 이유로는 35%가 반기업 정서를 꼽았다.정부규제(24%)와 노사갈등(20)이 그 뒤를 이었다.
유병규 현대현제연구원 상무는 “경제 규모가 커지고 정부의 역할이 줄어드는 상황을 감안하면 명실상부한 민간 기업주도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민간이 가지고 있는 자원인력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달성하고 3만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선 반기업 정서, 국수주의 등 국민들의 의식부터 선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경제 지켜야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한 대외비 문건이언론에 유출된 적이 있다.권오규 경제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이를 기득권층과 낙오계층이 같은입장에서 서서 시장경제를 공격하는 예로 들었다.권 부총리는 지난 25일 한국무역협회 초청 조찬 강연에서 “한미 FTA협상 과정에서 분과별로 다양한 형태의 저항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시장경제를 공격하는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해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예는 한둘이 아니다.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를 담은 ‘1·11부동산시장 안정대책’과 여당 일각에서 검토하고 있는 토지공개념 재도입 등은 극히 일부 예다.
권 부총리는 “시장경제는 인류가 개발한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시스템”이라면서 “우리의 제 1과제는 시장경제에 해각 닥치지 않도록 지켜가는 일이며,이것은 과거 한국경제의성공요체이며 미래에도 성공의 요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권 부총리는 “시장경제를 지키려면 경쟁원리 도입에 따른 기득권층의 저항을 완화하고,낙오자들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장개방과 교육·홍보를 두가지 방안으로 꼽았다.
■불확실성 제거로 투자살려야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는 ▲경기둔화에 따른 국내외 수요둔화 ▲환율 하락에 따른 기업 수익성 악화 ▲대선, 북핵문제, 부동산발 경기후퇴 가능성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가 설비투자 위험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소비심리가 회복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업 투자가 이뤄져야 하며,불확실성 해소와 노사 안정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올해 정부가 목표로 한 4.5%의 경제성장률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살아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리더쉽을 발휘해 수도권 규제를 비롯해 대기업 규제, 토지이용 규제 등 과감한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을 환경문제를 이유로 허용하지 않아 규제완화 의지를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도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리더쉽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병규 상무는 “경제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리더쉽이 회복돼야 한다”면서 “국민들에게 공통의 목표를 제시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국력을 결집할 수 있는 통합의 리더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홍재 전용기 홍창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