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동양의 숨결로 프랑스 와인 만들죠”

이성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1 16:46

수정 2014.11.13 17:15



일명 ‘천지인’ 와인으로 통하는 ‘메종루 뒤몽-뫼르소.’

요즘 와인 애호가들의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신의 물방울’ 9권에 이 와인이 소개되면서 국내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더욱 유명해진 와인이다. 얼핏 보면 국내에서 생산한 와인인 줄 착각하게 될 정도로 라벨 디자인에 동양 냄새가 물씬 묻어있다. 이 와인을 탄생시킨 사람은 바로 한국인.

프랑스에서도 보수적이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부르고뉴 지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박재화씨(40)가 그 주인공.

최근 자신들의 와인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박씨 부부의 첫 모습은 영락없는 시골 농사꾼이었다.

박재화씨는 지난 96년 프랑스 유학 시절 일본인 남편 ‘나카다 고지’를 만나면서 와인 인생을 걷게 됐다. “처음에는 남편을 따라 유명한 도멩(포도밭)을 방문, 와인과 친숙해지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많은 와인을 마셔봤지만 구별이 되지 않더군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내가 과연 남편과 함께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하고 말이에요.”

남편 나카다는 이미 일본에서 대학 시절 소믈리에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전문가 수준이었다.
와인에 빠져 프랑스로 올 정도로 남편의 와인 사랑은 ‘열정’ 그 자체였다.

그런 남편 때문에 박씨는 보르도, 샹파뉴, 알자스 등 프랑스 주요 와인 산지를 돌며 다양한 와인을 보고 마시고 느끼며 와인을 알게 되었고 디종 부르고뉴에서 본격적인 와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남편의 꿈은 마실수록 즐거움을 주는 와인, 사람들과 하나의 연결 고리가 되는 와인,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이 묻어나 있는 와인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우리 부부의 최종 목표였죠.”

‘왜 부르고뉴에 정착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박씨는 “브랜딩(몇 가지의 포도 품종을 섞어 만드는 기술)이 중심인 보르도지역보다 하나의 포도 품종(피노누아, 샤르도네)으로 여러 가지 느낌을 줄 수 있는 부르고뉴의 특색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박씨 부부 이후 2000년 뉘 생 조르주에 ‘루 뒤몽’이란 회사를 설립, 와인에 대한 꿈을 실현해 나가기 시작했다. 각 지역에서 포도즙을 구입해 처음으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것.

2002년은 자신들이 재배한 포도로 첫 와인을 생산하며 한국인 처음으로 부르고뉴에서 제조, 유통을 한 역사적인 해였기도 하다.

현재 박씨 부부는 자신들의 색깔이 묻어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부르고뉴 와인을 가장 잘 표현한 생산자로 평가 받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남매(레아, 테오)와 함께 와인과 함께하는 일에 만족을 느끼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감사하고 있는 듯했다.


/shower@fnnews.com 이성재기자

■사진설명=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박재화씨(왼쪽)와 남편인 나카다 고지가 자신들이 생산하는 '천지인' 와인으로 유명한 '메종루 뒤몽-뫼르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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