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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오스트리아 빈대학 김신자 교수

임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1 18:01

수정 2014.11.13 17:13



현대 걸출한 사상가들을 대거 배출하면서 철학적 자부심이 대단한 곳 중 하나가 오스트리아 빈 국립대학이다. 무의식의 영역을 처음 밝혀내면서 서양 사상의 뿌리를 뒤흔들었던 지그문트 프로이트나 현대철학자 중 최고 석학으로 추앙받는 분석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현대예술철학의 아버지 에른스트 곰브리치 등이 빈 대학 출신 인물들.

이곳 빈 대학에서 다산(茶山) 정약용의 철학 전도사로 나선 한국학자가 있다. 빈 대학 철학과 김신자 교수(64)다. 빈 대학에서 유일한 한국인 교수.

지난달 30일 오후(현지시간) 빈 시내 북쪽 그린칭 인근의 한국대사관에서는 김 교수의 ‘정다산의 철학사상(Peter lang 출판사·Frankfurt)’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빈 대학의 쟁쟁한 철학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기념회에서 철학과 베르너 가브리엘 교수는 “동서양 철학교류의 최대 공헌자는 17세기 예수회 회원들과 중국학자들이었다”면서 “이들의 뒤를 잇는 몇 안되는 현대학자 중 한사람이 김 교수”라며 찬사를 보냈다.

한국학술진흥재단과 다산학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독일어로 출판된 이 책은 독일어로 된 최초의 한국철학서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남다르다.


“유럽에서도 한국이라고 하면 이제 경제력은 두말 않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문화, 특히 철학분야는 중국철학의 아류로 볼 뿐 여전히 한국의 독자적인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게 현실이에요. 다산이나 이황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유럽에 한국철학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다산 연구를 하게 된 겁니다.”

다산이라는 인물에 특히 의의를 두는 것은 다산이야말로 독자적인 한국 철학의 선구자라는 점. 조선시대 주류사상이었던 성리학이나 중국문화의 속박에서 벗어나 실학, 조선유학, 서학을 집대성하면서 새로운 한국사상을 정립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산과 유럽철학자들과 비교하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한다. “자연과학자이자 정치가였고 또 한편 시인이었던 다산의 매력은 유럽인들에게도 충분히 통한다고 봅니다.” 그는 앞으로 다산과 플라톤의 정치철학, 다산과 칸트의 윤리론, 다산과 야스퍼스의 인간론을 강의할 계획이다.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남편 김수평 한남대 미술교육과 교수(현재 작고)가 지난 84년 빈 대학에 객원 교수로 오게 되면서 빈과 인연이 닿았다.
지난 94년 빈 대학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95년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비교철학 등 그의 수업은 철학과에서 수강경쟁이 치열한 최고 인기강의로 꼽힌다.
빈에서 작가로 활동중인 딸 안나씨(30)는 2년 전 오스트리아의 촉망받는 젊은 작가로 뽑힌 바 있고 아들 요한씨(33)는 현재 린츠의 응용수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빈(오스트리아)=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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