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대학 졸업식 참석을 꺼려하면서 졸업식 날이 ‘기피의 날’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 입사에 실패한 대학 졸업반 최모(26)씨는 ‘졸업식에 참석할 거냐’는 질문에 일언지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부끄러워서 졸업식에 참석 못하겠다”며 “취업에 성공한 학과 동기나 교수님을 뵐 면목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직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이모(25)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매일 모자를 쓰고 공부를 한다는 이씨는 “졸업 예정자로서 후배들을 마주칠까봐 겁이 난다”며 “졸업식 날은 학교가 아닌 동네 도서관에 갈 예정”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매일 학교 도서관을 찾아 취업 준비를 하고 있지만 졸업식 날은 아예 학교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취업 졸업예정자들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학생들 없는 졸업식이 최근 몇년간 지속되자 대학 당국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모대학교의 가을학기 졸업식은 단과대학별로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사전조사 결과 불참자들이 절반을 차지하자 전체 졸업생을 대상으로 졸업식을 치렀다.
서울 모대학교 신방과 김모(31)조교는 “졸업 예정자들에게 졸업식 참여를 독려하는 전화를 하고 있다”며 “지난해 졸업식에는 50명의 졸업생 중에 30명도 오지 않아 교수들이 얼굴을 붉혔다”고 밝혔다.
지난해 졸업을 했다는 한양대 이상준(29)씨는 “미취업한 학생 대부분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신방과나 법학과, 행정학과 등 고시준비나 취업률이 저조한 학과는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 생활을 마무리 하며 정을 나누는 졸업식 날이 왜 이렇게 서글퍼졌는지 안타깝다”고 씁쓸해 했다.
/이재설 명예기자(한양대) lemontree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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