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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 남극

이재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4 15:41

수정 2014.11.13 17:10



지난 2004년 개봉된 영화 ‘투모로우’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을 다뤘다. 이 영화에서 지구의 북반구가 순식간에 빙하로 뒤덮이는 재앙을 맞는다.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악몽 같은 이 이야기는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 행위가 결국 인류에게 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실제로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는 지구상의 얼음이 다 녹을 경우 해수면이 약 60m 높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극지는 우리에겐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지구의 옛 모습을 그대로 품고 있기에 미래 예측에도 좋은 자료가 된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생물, 광물 자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극지는 기후변화의 열쇠

극지는 태양에너지가 70% 이상 반사하는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 이 때문에 눈과 얼음이 녹게 되면 지표에 흡수되는 태양에너지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고 지구온난화가 가속된다. 또한 극지는 저위도 지역에 비해 온난화 정도가 커서 기후변화를 관측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기도 한다.

극지는 해수 심층순환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전세계를 순환하며 거대한 열을 전달해 주는 심층해수는 세계기후에 지배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심층해수의 변화는 지구 전체에 급격한 기후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현재 해수의 심층순환은 북극의 그린랜드 해역과 남극의 웨델해 같은 곳에서 발원하고 있다.

빙하의 소멸은 영화 투모로우와 같은 재앙을 야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래 환경 변화 예측의 핵심인 극지 기후변화 및 온난화는 이 시각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되고 있다.

■지구역사 박물관

남극 빙원에선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이 많이 발견된다. 현재 3만개 이상 채집된 이 운석은 46억년 전의 지구탄생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 초기의 생생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동남극에서 42억년 전 대륙을 구성했던 암석이 발견되기 전까지 지구상에 대륙이 처음으로 형성된 시기는 38억년 전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금도 남극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을 찾으려는 과학탐사가 이어지고 있다.

남극해 퇴적물 속에는 과거에 일어났던 지구온난화, 바다얼음 감소 및 해양생태계 변화 등의 기록이 간직되어 있다. 퇴적물 속을 연구해 과거 지구환경 변화 기록을 복원하면 미래의 해수면상승, 지구온난화 등을 예측할 수 있다.

■미래 자원의 보물창고

남극에선 이미 막대한 양의 가스하이드레이트(메탄이 주성분인 언 상태의 가스)가 매장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또한 남극 대륙과 주변 대륙붕에 대규모 유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21세기 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원료인 희유금속광물(망간·니켈·구리·코발트 등)은 북극권의 콜라반도, 북시베리아 등지에 세계 최대 규모로 매장돼 있다.

남극 크릴 등 극지 해양 생태계가 보유한 생물자원은 전세계 수산물 생산량을 능가한다. 현재 미개발 상태인 이 생물자원들은 미래 먹거리에 대한 걱정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극지환경에 적응한 생물들의 결빙방지물질, 저온효소, 자외선 피해 완화 물질 등은 산업적 응용도 가능하다.

■극지 생태계 속의 놀라운 생존

남극해는 전세계 해양 표면적의 10%를 차지한다.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형포식자를 유지하는 생태계이기도 하다. 이런 남극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 구조와 에너지 흐름의 변화는 지구 온난화와 오존층 파괴 같은 환경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지표다.


극지생물은 독특하다. 낮은 온도에 따른 환경적응을 하다 보니 분자수준에서 개체군 수준까지 다양한 적응 전략으로 살아남았다.
일례로 아이스피시(ice fish)는 찬물 속에서 피가 어는 것을 막기 위해 헤모글래빈을 없애 버려 반투명의 형태로 생존하고 있다. 자료협조=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사진설명=남극 세종기지 인근의 마리안소만 빙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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