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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이렇습니다] 결핵에 대한 관심 높여야/박병하 질병관리본부 센터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4 17:56

수정 2014.11.13 17:08

우리나라에서만 매일 100명 이상이 발병하고 8명 정도가 숨지는 무서운 전염병이 새로 나타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더욱이 이 전염병이 신체 접촉이나 음식물이 아니라 공기를 통해서 전파된다면? 그래서 누구라도 이 병에 걸릴 위험에서 피할 수가 없다면 우리는 아마 큰 혼란과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할 것이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유행할 위험이 있을 때 실제로 우리나라에 1명의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그 혼란은 비교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런 전염병이 실제로 우리 주위에 있다. 바로 결핵이다. 이는 알든 모르든 엄연한 사실이며 그 누구도 결핵에서 안전할 수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결핵이 우리나라에서 거의 퇴치된 것이며 쉽게 낫는다고 오해하고 있다. 며칠 전 한 TV 방송에서 결핵실태를 집중 보도한 바 있지만 매스컴에서 결핵이 집단발생하거나 심각하다는 보도가 나올 때만 잠깐 관심을 가질 뿐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결핵은 옛날부터 우리 주위에 있어 왔고 결핵을 앓더라도 쉬쉬하면서 남이 눈치 채지 못하게 치료한 탓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결핵을 앓고 있다. 결핵정보감시체계에 신고된 신환자 수는 2005년 3만5269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숫자만 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수이지만 실제로 결핵에 걸린 사람 중 70∼80%만 보건소와 병·의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치료 받는 환자의 일부만 신고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전체 결핵 환자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 집단 발생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학부모들이 걱정을 하고 있지만 이런 집단 발생은 10여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결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차 결핵 문제가 줄어들면서 발생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어릴 때부터 결핵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아 중·고등학생이 되면 결핵에 대한 면역이 대부분 생겼지만 지금은 한 번도 결핵에 감염되지 않은 학생이 다수로 ‘집단면역’이 없기 때문에 전염성 환자가 1명 발생하면 2차 감염에 의한 다수의 환자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집단 발생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나와 내 아이들이 결핵에 걸릴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을까. 우선 전염성 환자를 조기에 발견·치료함으로써 전염성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요즈음 중·고생들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입시에 내몰려 수면부족에 시달리며 오락이라야 겨우 PC방, 영화관 등에서 보내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곳은 밀폐된 공간이므로 결핵균이 있을 때 쉽게 감염된다. 따라서 결핵의 대표적인 증상, 즉 기침이 2∼3주 이상 지속되거나 미열이 있으면 보건소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일단 결핵에 걸리면 치료될 때까지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다제내성결핵’ ‘슈퍼 결핵균’은 실상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결핵은 최소 6개월 이상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고 약을 복용하면 금세 편해져 조기에 중단하거나 제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약에 내성이 생기면서 강한 결핵균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환자가 약을 철저히 복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는 보건소에서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하는지 계속적인 관리를 할 계획이다. 특히 환자가 생기면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접촉자 조사’를 철저히 해 미발견 환자를 찾아내 치료하고 필요하면 발병을 미리 막기 위해 결핵약을 복용토록 할 계획이다.


결핵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환자의 잘못으로 걸리는 게 아닌 만큼 결핵 환자가 곁에 있더라도 무시하거나 따돌림을 하면 안 된다.
오히려 애정과 관심을 갖고 끝까지 치료를 잘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만약 환자가 숨어서 제대로 치료를 안 하면 그 피해는 결국 우리에게 올 것이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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