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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임대아파트 고품질·중대형 인기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4 20:57

수정 2014.11.13 17:08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모산역 인근의 대치1차 영구임대아파트.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건설한 이 아파트는 단지 내 도로를 사이로 2개 단지로 나뉜다. 외형상 두 단지 간 큰 차이가 없지만 입주민들 간에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우측으로 자리한 단지는 일반 아파트(2차·1750가구)고 반대편에는 영구임대(1차·1500가구)가 ‘섬’처럼 자리하고 있다. 기초생활자나 국가 유공자 등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위한 영구임대가 ‘부자 동네’인 강남에 있다는 게 ‘생뚱맞아’(?) 보이기까지 했다.

■임대단지 소셜믹스 ‘아직은…’

11∼17평형으로 구성된 영구임대는 월세가 10만원 안팎으로 저렴해 입주민들은 대체로 만족해 하고 있다. 지난 96년 이사온 주민 박모씨(54)는 “여기는 직업을 갖지 못한 저소득자나 장애인들이 많다”면서 “우리는 집사람이 파출부로 일하면서 관리비를 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못내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단지 내 L공인측은 “외형상으로 볼 때 두단지 주민 간 활발한 교류는 없지만 그렇다고 큰 갈등은 없다”면서 “하지만 두 단지 간 출입구도 따로 있어 보이지 않는 거리감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임대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아파트 값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단지는 주변단지들보다 2000만∼3000만원 정도 싸다. 인근의 B공인측은 “매수를 하려는 사람들이 영구임대와 함께 있다는 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21평형의 경우 5억원 정도 호가하지만 주변에서는 5억3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영구임대 입주민 주인의식 아쉬워

강서구 개화산역과 바로 인접한 방화 11단지도 영구임대아파트다. 지난 94년 입주를 시작해 어느덧 13년이 흘렀지만 새로 칠한 도색 때문인지 외관상으로는 양호해 보였다. 하지만 아파트 창을 자세히 보면 창문에 비닐을 덧댄 곳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단일창으로 설치된 창문이 겨울바람을 제대로 막지 못해서다.

이곳 주민 박철성씨(가명·52)는 “지은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난방이 잘 안된다. 웃풍이 심해 겨울이면 고생한다”며 “그래도 임대료에 비하면 이만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중 상대적으로 빈곤층이 거주하는 국민임대(30년 또는 50년 임대)와 영구임대(분양전환이 되지않는 주택) 아파트는 제때 보수가 안돼 상당수가 슬럼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입주민들 중 상당수가 내집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 관리사무소에서 고쳐주기만 바랄 뿐 직접 자신들이 나서지 않아 슬럼화를 촉진시키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SH공사 관계자는 “영구임대주택 입주민 중 장애인이나 생활보호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젊고 멀쩡한 사람들도 아주 자그만한 고장도 자신이 나서지 않고 관리사무소만 쳐다보는 경우가 많아 안따깝다”고 말했다.

■임대도 임대 나름, 고품질에 쾌적한 환경 인기

그렇다고 임대아파트가 모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서울 강서구 발산역에서 내려 5분만 걸으면 작고 아담한 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입구에 들어서면 기존 밋밋한 아파트와는 전혀 다른 서구형 외관과 시골 뒷동산을 테마로 잘 꾸며진 쾌적한 정원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아파트 현관 근처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예쁘게 꾸민 미니정원이 있고 깔끔한 우레탄 바닥과 화려한 색깔의 환경소재로 만들어진 놀이터엔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인근 여느 아파트보다 더 고급스럽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이 아파트는 등촌동 주공 11단지다. 지난 2004년 10월에 350가구가 입주를 시작했으며 8∼12층 규모의 건물에 22평형과 28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25평형에 살고 있는 입주민 이선주씨(가명·38)는 “마감재 수준이나 시설이 주변 민간아파트보다 더 고급스러워 처음 오는 사람들은 이곳이 국민임대아파트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며 “임대보증금도 2900만원에 월임대료는 23만원으로 저렴해 앞으로도 계속 살고 싶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비축용임대주택이란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주택구입이 다소 버거운 계층을 수요층으로 잡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주거걱정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공급 규모도 총 50만가구에 달한다. 평균 30평형대의 중형 아파트로 무주택서민에게 10년 간 임대후 분양한다. 임대보증금은 2500만원에 월52만원 정도가 될 전망이며 매년 5만가구씩 공급된다.

■민간 중형임대 ‘품질 좋고 시세차익까지’

민간건설사가 짓는 중형 임대아파트도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보통 3년이나 5년 후 분양전환하는 이들 아파트는 주택품질이 좋고 시세차익까지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 천안시에서 부촌으로 불리는 불당동에 594가구가 둥지를 튼 한성 필하우스. 임대보증금이 8800만원에 월 임대료가 18만원이지만 입주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다. 이 아파트는 고급스러운 시설과 꼼꼼한 관리로 생활환경이 다른 일반 아파트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일정 기간 뒤에 분양으로 전환돼 시세차익도 크다.

바로 옆에 위치한 대원칸타빌도 마찬가지다. 1011가구 중 24평형 150가구가 3년 임대기간을 끝내고 오는 4월 분양 전환된다. 임대계약 당시 확정된 9400만원에 분양을 받는 입주자들은 주변시세와 비교할 때 5000만원 이상의 차익을 얻게 된다.

이곳에 거주하는 이자영씨(가명·29)는 “내부 평면과 단지 구성이 너무 맘에 들어 청약했는데 이렇게 시세차익까지 얻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임대아파트라고 해서 내부 시설이나 조경, 주민 편의시설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이곳에 사는 입주민들도 나이가 젊은 전문직이 많고 학력 수준도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kwkim@fnnews.com 김관웅 오승범 정영철기자

■사진설명='1·31대책'이 발표된 이후 고품질과 중대형 임대주택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충남 천안시 불당동 대원칸타빌 임대아파트는 중대형 평형에다 분양전환이 가능해 지역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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