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태자방(太子幇)의 일원’이라고 소개한 한 중국인이 “앞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으면 자신들에게 일정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와 같이 사업을 하자는 것”이라며 파트너십 체결을 권유했다.
A은행이 최근 중국의 무수익여신(NPL)을 매입해 짭짤한 재미를 본 뒤 또다른 먹잇감을 찾아 나선 뒤였다. 태자방은 중국 고위관료 자제들의 모임으로 경제 실권을 쥔 핵심계층으로 알려졌다. A은행 김 차장은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콴시’(關係)가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음성적인 커미션을 줘 가면서까지 사업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난감해했다.
‘콴시’, 즉 인맥은 과연 해외사업 성공의 보장수표인가.
이 물음에는 베트남의 한국투자신탁운용 성공비결이 그 해답이다. 외국계 펀드들을 물리치고 베트남 증권시장의 ‘큰손’으로 자리잡은 한투, 이 나라 정부 관료들과 오랜 인연을 맺어 온 것이 현지 성공에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는 후문이다. 지난 70∼80년대 옛 한투증권은 베트남 공무원 연수단을 맞이해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소개하고 숙식을 제공하는 등 융숭한 대접을 했다. 그 당시 한투증권에 빚을 진 연수 참가자들은 현재 정부 주요 보직을 꾀차고 있는데 그들이 이제 한투를 지원사격하며 ‘결초보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직 사회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한 나라들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고위층과의 ‘콴시’가 필수라는 게 관련업종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래서 ‘콴시’를 만들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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