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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아트 톡톡톡] 내가 그림보고 울줄은 몰랐다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5 11:12

수정 2014.11.13 17:08



그림을 보고 울어보신적이 있나요?.

저는 그림을 보고 소름을 끼쳐본 적은 있어도 아직까지 그림을 보고 운적은 없습니다. 아직 많이 무지하고 그림감상또한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메마른 감성이 크게 작용하는 듯 합니다.

“저게 뭐지?” “저건 왜 저런거지?” 라는 물음으로 잣대를 들이대기 일쑤입니다.(직업병인 듯)그래서 감동은 커녕 궁금증으로 무장한 호기심이 감상을 방해합니다. 그러니 제눈에 작품은 그저 작품일 뿐이지요.

한데 며칠전 만난 이화익갤러리대표의 고백은 저의 무지를 화들짝 꼬집었습니다.

이대표가 그림을 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울었던 작품이 있다고 했습니다.
본인도 그림을 보고 울줄은 몰랐다네요. 평소 똑부러지는 말투와 매사 신중해 보이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놀랐습니다. 또한 이작품을 얼마주고 샀다며 어깨를 으슥하고 작품을 사놓고 나중에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표정만 봤던 제게 그림보고 울었다는 말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화익 대표가 몇년전 뉴욕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스위스 바젤의 모 화랑에서 마크로스코 회고전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림이 걸린 전시장은 한 3평정도되는 방이었는데 거기엔 로스코의 200호크기 작품 4점이 걸려있더랍니다.

그방에 들어가 색을 보는 순간 눈물이 막 쏟아졌다는군요. 모든 소지품을 놓고 들어가 눈물 콧물이 나와 닦을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옷을 훔쳐가며 눈물을 닦었답니다.

동양적인 신비스런 색채는 색이 허무하면서 사람의 감정을 울리는데 주체를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울다 나와 함께 갔던 패션디자이너 진태옥선생과 점심을 먹으면서 로스코의 이야기를 하는데 진선생도 울었다고 하더군요.

자리에 있던 어떤 사람이 “혹시 그때 연애중이었냐”고 물었지만 이화익대표는 “그건 아니었다면서,확 색이 밀려오는데 울지 않고는 못배긴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지난해 여름경 리움미술관에서 마크로스코의 숭고의 미학전시를 본 터여서 어떤 작품이었냐고 물었죠.

1956∼1957년 작품이라고 했습니다.정말 울 수 있을까. 궁금증이 머리를 흔듭니다.(저 로봇같죠. 인간의 눈물을 이해 못하는…)

로스코의 작품은 색면추상입니다. 빨간색 노란색 한가지 색이 거대한 스케일의 캔버스에 채워져 있죠. “저렇게는 나도 칠하겠다”하듯 굉장히 단순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앞에선 관객들은 그의 그림을 그렇게 단순하게 느끼지 않는답니다. 이화익대표도 그중 한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부럽습니다)

흔히 그림은 너무 어렵다고 합니다. 모 미술평론가는 대개 눈으로만 보려고 애쓰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눈으로만 보려했던 무지입니다.


그림은 가슴으로 읽어야 합니다. 가슴은 그림에서 뭔가를 발견하거나 분석하려고 애쓰는 머리를 앞지릅니다.
\이젠 그림은 눈이나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먼저 봐야겠습니다.

‘그림은 마음’이라는 말,언제간 이해가 되겠지요.

그림.그림보고 울어본 적이 있나요.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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