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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펀드, 이번엔 벽산그룹과 한판

안만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5 16:20

수정 2014.11.13 17:07

한국지배구조개선펀드(KCGF·장하성 펀드)가 이번에는 벽산그룹과 한바탕 싸움을 벌일 태세다. 지난해 태광그룹과 법적 분쟁으로 비화된 이후 두번째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화성산업, 크라운제과 등 최근 장하성 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은 지배구조개선안에 합의했지만 벽산그룹은 장 펀드의 지배구조개선안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펀드가 5일 벽산건설 지분 5.40%를 취득하고 벽산그룹에 요구한 지배구조개선 내용은 벽산건설 최대주주인 인희의 벽산건설 553만주(20%) 무상소각, 인희-벽산건설간 거래중단, 사외이사 선임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벽산그룹은 장 펀드의 요구를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 양자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장 펀드, 벽산그룹과 한판

라자드 에셋 매니지먼트가 운용주체인 장 펀드는 5일 2005년 8월부터 벽산건설 지분을 취득하기 시작해 148만640주(5.40%)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이날 “작년 7월부터 지분공시 직전일까지 경영진과 수차례 대화를 통해 벽산건설의 지배구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의 개선을 위한 협의를 해왔다”며 “이번에 5% 주식보유현황을 공시함으로써 벽산건설의 지배구조 개선내용과 주주권 행사 계획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인한 이익의 원상회복과 내부거래의 투명성 강화방안을 벽산건설에 요청했으며 경영투명성 제고 및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및 감사의 선임과 주주 중시경영 및 윤리경영 강화를 벽산건설에 요청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벽산건설은 장 펀드가 요구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특히 벽산건설은 벽산그룹 지주회사격인 인희와 거래중단이나 주식 무상소각 요구를 당장 받아들이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희는 벽산건설의 주식을 취득하기 이전부터 55년간 건설자재 유통업을 해온 업체로 벽산건설의 자재조달에 기여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또 사외이사 선임문제도 현재 7명의 이사진 가운데 2대주주로 8.8%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KTB네트워크가 3명의 사외이사를 차지하고 있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장 펀드 타깃≠주가 상승

장하성 펀드 타깃이 된 8개 상장사 가운데 벽산건설을 제외하고 주가가 크게 오른 곳은 태광산업과 대한화섬뿐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장 펀드 개입 이전(2006년 8월22일 기준) 각각 43만4000원과 6만5400원이었으나 현재(5일 종가기준)는 79만원과 12만9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90% 넘게 오른 셈이다.

그러나 나머지 5개 상장사들은 지분 5% 공시나 지배구조개선 합의 내용 발표할 때만 잠깐 올랐을 뿐 다시 장 펀드 개입 이전의 ‘원상태’로 주가가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합의한 크라운제과, 동원개발 등은 주가가 5% 공시 이전 주가를 밑돌고 있다. 또 지난 2일 지배구조개선에 합의한 신도리코 역시 주가가 오히려 빠진 상태다.

그러나 문제는 장 펀드의 본래 취지인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태광그룹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외이사나 감사 1인을 추천하는 등에서 그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장 펀드 본래 취지인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준에 따라 투자기업을 선정하고 있는 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 펀드가 기업지배구조 개선 명분을 내세웠지만 태광그룹을 제외하고는 이같은 기준에 맞아떨어지는 기업들이 없다”며 “이 때문에 장 펀드 ‘약발’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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