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fn 이슈리포트] 증권 리서치 빗나간 실적분석,왜?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5 16:50

수정 2014.11.13 17:07



증권사들이 내놓은 기업 실적 예상치가 큰 폭으로 벗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상투잡기’, 작전세력의 ‘설거지’로 분루를 삼키고 있는 ‘개미’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분석은 여전히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실제로 하이닉스는 지난달 31일 지난해 4·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증권사 예상치를 크게 벗어난 깜짝 실적이었다.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8810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하이닉스의 4·4분기 영업이익을 본사 기준 6480억원으로 추정했다. 실제 실적이 추정치를 36.1%나 웃돈 셈이다. 일부 증권사 추정치보다는 무려 41%나 상회했다.

기아차는 지난달 26일 지난해 12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어닝쇼크였다. 국내 18개 증권사들의 기아차 영업손실 추정치 평균은 96억원이었다. 무려 14배가 넘는 차를 보인 셈이다.

이처럼 상장사 실적이 예상치를 비켜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조사분석담당자(애널리스트)들의 능력·경험 부족과 상장기업의 모럴 해저드, 실적 변수 등장 때문이다. 여기에 애널리스트 교육시스템 부재, 증권사들의 세계적인 네트워크 부족 등도 기업분석의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널리스트, 경험·능력 키워야”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가운데 60%는 2∼3년차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경험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교육시스템이 완벽하지도 않다. 극히 일부 대형 증권사를 제외하고 체계적인 애널리스트 교육이 없다.

대학 졸업 후 A증권사에 입사한 K씨는 영업지원부서에서 6개월을 근무하다 리서치센터로 발령받았다. 그는 6개월 정도를 시니어 애널리스트 옆에서 업무를 보조하는 RA(Research Assistant)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시니어 애널리스트가 갑자기 증권사를 옮기면서 주니어 애널리스트가 됐고 이후 기업 탐방과 기업 설명회(IR)를 다녀오면서 기업분석 리포트를 쓰고 있다.

시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각 증권사가 리서치센터 보강에 나섰고 이는 애널리스트의 연쇄 이동을 낳았다. 애널리스트를 떠나 보낸 증권사는 다른 증권사의 연차가 짧은 애널리스트로 빈 자리를 채우거나 기존의 RA 등을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로 채우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10년차 이상 애널리스트 10% 미만”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증권사 애널리스트 가운데 10년차 이상은 10%도 안될 것”이라며 “펀더멘털이 강하지 않은 ‘선수’들이 돈을 찾아 떠나면서 수명도 그만큼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애널리스트들의 ‘떼거리 속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떼거리 속성은 통상 기업실적 분석 과정에서 시장의 컨센서스에 2∼3%의 이익 증가 또는 감소할 것이란 평이한 보고서를 낸다는 것. ‘나는 잘못하더라도 남은 잘 분석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숫자에 맞춘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신문사에 비유하자면 10년의 수습기자 생활을 거쳐 처음으로 정식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면서 “요즘 애널리스트들은 6개월만 교육시켜도 ‘출전(기업분석 리포트)’시켜 달라고 안달이다”고 지적했다. 한 업종이 진폭을 그리고 사이클을 완성하는데 최소 5년이 걸리는데 나무만 볼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너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물론 기업실적 전망과 실제 실적이 일치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 실적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경기 전망과 가격변수의 가정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 추정치가 크게 벗어난 것은 환율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변동폭이 아시아 통화 평균 변동폭의 두 배를 웃돌았던 것.

CJ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는 환율 전문가나 경기 전문가가 아니다”면서 “환율 전망이 틀렸기 때문에 실적 추정치와 실제 실적이 크게 달랐다”고 설명했다.

■상장사의 투명성·개방성 절실

기업의 속성상 나쁜 소식은 감추고 싶어 한다. 실적 부진은 되도록 늦게 말하고 싶어 한다. 때론 IR와 홍보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나 IR는 3개월마다 나오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드러난다. 일부 기업들은 IR 장소에서 홍보를 하는 등 혼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만큼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의 실적 전망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애널리스트들의 기업실적 추정은 IR와 기업탐방 등을 거쳐 이뤄진다. 철저하게 기업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전반적인 업황과 환율 등을 고려하더라도 기본적인 수치와 전망은 기업의 투명성 여부가 절대적이다. 기업이 개방성과 투명성을 갖추고 있지만 않다면 결국 실적 추정치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이익을 전망하는 것은 형체적인 것을 종합해 수치를 뽑아내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애널리스트의 정확한 분석을 위한 전제로 기업의 투명성과 개방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스템 갖춰야”

국내 상장사는 수출기업이 대부분을 차지고 있다. 예들 들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매출 가운데 80%가 수출이다. 수출비중이 높은 만큼 수출 대상 국가의 환경과 변수를 따져야 기업의 정확한 실적을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한마디로 서울에 앉아서 수출기업의 실적을 논하고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굴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등은 전 세계의 정보를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는 여전히 ‘로컬하우스’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체계적인 애널리스트 교육시스템과 함께 세계의 경제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글로벌 정보 공유 시스템도 필요해 보인다.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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