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벽산건설, 잇단 악재로 경영 위기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5 16:54

수정 2014.11.13 17:07

벽산건설이 장하성 펀드로부터 기업구조개선 요구를 받는 등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예정에 없던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데 이어, 작년 경영실적도 예년과 비교 부진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잇따른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일 ‘장하성펀드’로 알려진 한국지배구조개선펀드(KCGF)로부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받은 벽산건설은 하루 종일 비상회의를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했다.

장펀드는 이날 벽산건설 지분 5.40%를 취득한 후, 벽산건설에 최대주주인 인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20%를 무상소각하고, 올해 3월 주주총회 전까지 둘 사이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이사회 및 감사구조 개선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벽산건설은 장펀드의 요구에 대해 일단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희와의 거래관계에는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으며, 따라서 장펀드가 요구한 인회의 벽산건설 주식 무상소각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벽산건설 관계자는 “현재로선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긴 어렵다”면서 “올해 건설경기 침체로 실적 향상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생기니 경영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장펀드 지배구조개선 요구 부담

장펀드가 벽산건설 지분을 매입한 것은 벽산건설의 주가가 자산에 비해 낮은 자산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말 기준 8055억원 자산총액에서 부채총계(4998억원)을 제외한 순자산총액 3057억원에 비해 시가총액은 크게 낮다. 지난 10월18일 기준 2204억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배구조개선 등을 통해 주가를 크게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벽산건설 대주주는 인희(52.5%) 외 특수관계인 8명이다. 이들이 58.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희철 회장은 인희의 대주주다.

벽산건설 관계자는 “장펀드가 앞으로 지주회사 전환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거론하면서 경영권에 간섭할 것이 우려된다”고 “장펀드의 구체적인 요구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조사·경영실적 부진도 짐

벽산건설은 현재 국세청으로부터 3개월가량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작년 11월16일부터 시작된 세무조사는 당시 원주사업 고분양가, 사주 관련 시행사 땅 매입 등을 이유로 계획에 없이 전격 실시돼 탈세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올해 있을 정기 세무조사를 앞당겨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적이 그다지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벽산건설은 지난해 11월 밝힌 분기보고서에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282억6200만원으로 전년 동기(372억원)보다 100억원 가까이 줄었다. 경상이익도 전년 동기 절반에도 못 미치는 16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실적도 그다지 좋을 것으로 기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엔 전년도보다 부진한 9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면서 “올해는 건설경기 악화로 그보다 더 줄어든 8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벽산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조265억원을 수주, 24위를 기록, 전년 19위에서 다섯 계단 떨어졌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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