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일자리 만들기와 기업 氣살리기/박희준 정치경제부장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5 16:57

수정 2014.11.13 17:07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연설에서 민생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지적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양극화가 해결돼야 민생이 해결된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기업 부도와 이에 따른 실업자 양산 그리고 2002년 신용위기가 불러온 가계부도 사태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부가 문제의식을 갖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정부가 양극화 해법을 일자리 창출에서 찾은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일자리의 숫자를 늘리고 품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지적은 큰 공감을 받기에 충분하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및 사교육비와 같은 격차를 더 벌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며 낙오한 사람에게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같은 인식을 성장과 분배의 대결로 몰아가는 것은 국론의 소모만 낳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양극화 문제가 우리나라에만 유별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또한 1세기 전에 영국에서도 양극화 문제가 거론됐다는 점에서 ‘강변’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제는 일자리 창출의 방법을 놓고 곰곰이 따져보는 일이 급선무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사회 서비스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의료산업과 물류 서비스, 지식기반 서비스 등 유망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고용과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은 지난해 12월 그 내용이 소상히 발표됐다.

사회 서비스는 간병봉사단, 장애아동 가족지원 일자리, 독거노인, 장애인 등 가정방문 간병·가사지원, 출장산모 도우미 등으로 복지사회 구현과 삶의 질 향상에 꼭 필요한 일자리다. 정부는 지난해 6700여억원을 들여 11만2000개의 일자리를 만든 데 이어 올해는 1조3000억원을 들여 20만100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서비스업 수지 적자가 187억달러에 이르고 집에서 그냥 쉬는 사람이 100만명이 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서비스업 육성이나 사회서비스 투자의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달성되기까지는 시간과 돈의 투자가 필요하다. 더욱이 후자는 당장 가시적 효과가 나오지만 임금 수준이 100만원 안팎이고 고용 형태가 불안정해 ‘고임금의 안정적인 일자리’는 아니다. 전자 또한 외국 서비스산업과 경쟁해 살아남아 알토란 같은 일자리를 창출하리란 보장도 없다.

그래서 수출 위주의 제조업이 고용과 성장률에 한계를 보인다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서 서비스산업과 병행 육성할 것을 권하고 싶다. 양극화가 세계화가 가져온 경쟁 격화와 기술 격차 확대에서 뒤처진 기업의 경영 악화,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외이전 등에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제조업 기업을 살리는 것이 근인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만난 재계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 처방전으로 ‘규제 완화’를 제일 먼저 내놓았다. 즉 기업들은 돈도 있고 기술개발 의욕도 있으니 기업의 발목을 잡지 말고 신바람나게 일할 여건만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는 그 방편으로 기업도시를 많이 만들 것을 주문했다. 충남 아산 탕정이나 경기 파주는 기업을 유치해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살찌우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말이었다.

국내총생산 12조5000억달러의 미국도 지난해 3.4%나 성장하면서 금리 인상 걱정을 해야 할 판에 제조업은 한계에 도달해 5% 성장은 봐줄 만하며 서비스업 외에는 길이 없다는 생각은 저성장을 당연시하며 자식들에게 불안정한 일자리에나 안주하라고 생각을 은연중에 주입하는 것과 같다.


1800년대 영국에서 양극화의 폐해를 누구도 잘 파헤친 정치개혁가 새뮤얼 스마일스는 “미래는 준비할 때 아름답다”고 했다. 그는 무절제와 낭비의 잔인함을 지적하면서 후대를 위해 ‘보험’에 들 것을 권했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자산을 낭비하고는 있지 않은가. 후대를 위해 어떤 ‘보험’을 준비하고 있는가. 자답해 볼 일이다.

/joh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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