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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한알뜰씨 부자 부부되기] <32> 자산관리,이것만은 고치자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5 17:12

수정 2014.11.13 17:07



토요일 오후, 점심식사를 마친 고수익(남·44) 한알뜰(여·42)씨 부부는 서재에 마주 앉았다.

그리고 자산 관리자들이 상담해 준 자료들을 책상에 펼쳐놓았다. 얼마 전 고수익 한알뜰씨 부부는 메리츠증권 ‘백년대계’ 자산관리 프로그램과 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통해 그동안 힘들여 쌓아왔던 자신들의 자산에 대해 중간점검을 받았다.

그 결과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최대한 아껴 쓰고 모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새는 돈이 있었던 것. “많이 버는 것 같은데 남아있는 자산이 별로 없다”는 재무 설계사의 지적에 한씨는 다시 한번 느슨했던 마음을 다잡고 ‘이것만은 고치자’ 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했다.

#1. 많이 버는데 남는 돈이 없다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소득에 비해 저축이 적다’는 것이었다.
이들 부부의 소득은 월 875만원. 이중 746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출내역 중 저축과 재테크 투자는 120만원, 전체 13.7%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증권 은퇴설계 서비스 백년대계가 추정한 결과 은퇴 후 이들 부부에게 필요한 자금은 17억5873만원. 하지만 이들 부부의 순자산은 4억1000만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저축을 높이고 새어나가는 돈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며 자녀가 어릴때 저축률을 30%까지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 소득에서 총지출을 뺀 후 남은 129만원의 행방을 모르는 것도 문제였다. 메리츠증권 조범석 은퇴매니저는 “월 129만원을 지금부터 은퇴시기 까지 16년 동안 수익률 8.0%로 투자한다면 자그마치 5억원이 만들어진다”면서 “줄줄 새어나가는 지출통제는 재무설계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은퇴매니저의 충고에 따라 고씨 부부는 저축액을 두배로 늘이기로 결심했다.

#2. 펀드를 리모델링 하라

이들 부부는 현재 라이프사이클 펀드 월 30만원, 적립식펀드 주식형 월 40만원, 적립식펀드 채권형 월 30만원 등 총 10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

재무설계자들은 향후 2∼3년간은 적립식투자로 자산을 불릴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적절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채권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햇다.

채권은 원리금이 만기에 확정된 투자상품으로 시중금리에 따라 채권가격이 변하지만 만기까지 보유하면 약정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장기투자하는 경우 수익률이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수준이 되기 때문에 적립식 보다는 거치형 상품이 적정하다는 조언이다.

적립식 펀드가 모두 국내에만 몰려 있는 것도 문제다. 조 은퇴매니저는 “국내 펀드에 골고루 배분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해외와 국내의 포트폴리오는 부족하다”면서 “약 20% 비중으로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펀드 포트폴리오의 리모델링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관상 보기에는 라이프사이클, 주식형, 채권형 등 다양한 유형으로 적절히 배분된 듯 보이지만 펀드 중에서도 편입비중과 유형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조 매니저는 “주식형 펀드 중에도 대형주, 중·소형주 중 어느 주식 편입비중이 큰지, 유형별로는 성장주와 가치주 중에 어디에 중심을 두는지 판별해야 하고 같은 스타일 내에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펀드 유형별 순위는 한국펀드평가(www.kfr.co.kr) 또는 제로인(www.zeroin.co.kr) 등 펀드평가 회사 사이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고씨 부부는 우선 월 30만원씩 투자하던 채권형 펀드를 아시아 신흥국가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로 전환하고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유럽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를 매월 30만원씩 하나 더 가입했다. 그리고 매월 40만원씩 납입하던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를 상환했다. 그 중 1000만원은 청약예금을 가입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65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은 거치식 채권형 펀드로 돌렸다. 그리고 성장성이 높은 국내 주식형 펀드를 골라 매월 50만원 납입하기로 했다.

#3. 불필요한 상품을 정리하라

얼마전 내집 마련에 성공한 이들 부부는 불필요한 상품으로 청약저축을 꼽았다. 이 부부가 내집 마련을 위해 가입한 상품은 두개. 장기주택마련저축과 청약저축. 이중 장기주택마련저축은 비과세 상품인데다 소득공제(연간불입액의 40%, 300만원 한도)까지 되는 최고의 상품이다. 지난 2006년 1윌 이후 기준시가 3억원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세대주가 이 상품에 가입할 경우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고씨 부부처럼 장기주택마련저축에 가입한 시점이 2006년 1월 이전일 경우에는 보유한 아파트가 기준시가 3억원이 넘는다 하더라도 그 혜택이 사라지지는 않으므로 굳이 해지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청약저축은 이들 부부에게 불필요한 상품이다. 오는 9월 시작되는 청약통장 가점제 제도에 따라 아파트를 소유하고 부양가족수가 적은 고씨의 경우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고씨 부부의 경우 몇년 후 현재 살고 있는 32평형대 주택에서 40평대 주택으로 옮겨가는 것이 목표다. 전문가들은 그럴 경우 청약예금으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약예금은 일시불로 납입하며 300만원, 600만원, 1000만원을 가입할 수 있다. 600만원은 30평형대 후반 주택, 1000만원은 40평형대 주택을 ?약할 수 있게 된다.

이들 부부는 청약저축을 해지한 후 주식형 펀드 상환금액 중 일부를 더해 1000만원을 마련, 청약예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가입 2년 후에는 40평형대 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4. 새는 돈을 막아라

새는 돈을 막는 것은 재테크의 기본이다. 한씨도 ‘직장 맘(엄마)’으로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니 신혼때 꼼꼼히 써오던 가계부를 몇년전 부터는 정리하지 못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언제 어디로 나가는지 모르게 새어나가는 돈을 찾아 비상 예비자금으로 묶어두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언제든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환금성이 뛰어난 상품에 3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2000만원 정도는 마련해 놓는다면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월급통장도 수시입출금 통장 보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유리하다. 조매니저는 이자가 거의 없는 수시입출금 은행 통장보다 하루만 맡겨도 연 4.5%의 고수익을 주는 CMA 계좌로 급여 통장을 옮길 것을 권했다. 작은 수익률이라도 시간이 지날 수록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챙기지 못한다면 새어나가는 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충고에 고씨 부부는 새어나가는 돈 40만원 가량을 찾아 저축은행 자율적금에 매월 납입하기로 하고 월급통장도 CMA계좌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5, 구체적인 재무 목표를 세워라

전문가들은 고씨 부부가 더욱 구체적인 재무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얼마나 돈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계획보다는 3년, 5년, 10년 단위로 재무 목표를 설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그 기간 안에 필요자금과 현재 자금과의 갭을 합리적으로 메워줄 재무방법이 설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 교육에 지출하는 금액 대비 노후를 준비하는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직장인 필수 금융상품으로 꼽히는 개인연금상품이 없다는 것.

향후 교육비 지출이 더욱 늘어날수 밖에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자녀교육의 대안을 찾아 교육비 규모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대신 자신들의 노후를 대비한 연금저축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조매니저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자녀를 위해서라도 본인 노후는 본인이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것이 오히려 자녀를 사랑하는 길임을 깊게 인식해야 한다”며 “부부 각자가 25만원씩 50만원은 개인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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