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넥스트 이머징마켓 잡아라] 新 EU회원국·年 200억 유로시장의 재발견

박찬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5 17:20

수정 2014.11.13 17:06


새해 벽두인 지난 1월 1일.

중·동유럽의 ‘변방국가’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온통 축제분위기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양 국가는 이날 저녁 불꽃놀이와 레이저쇼로 EU가입을 축하하며 새해를 맞았다.

이날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와 불가리 수도 소피아 정부청사에는 EU국기가 게양되면서 새로운 역사의 첫페이지를 열 수 있었다.

그동안 ‘잠자는 국가’로 불린 양국가가 EU에 가입하면서 세계적 기업의 동진(東進) 행렬은 본격화 됐다.

루마니아는 외국인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요즘 부쿠레슈티, 콘스탄차 등 주요 대도시는 빌딩,오피스텔, 공장을 짓는 건축 붐이 일고 있다.


흑해 연안지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아파트와 벙갈로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시골 각지에는 외국자본을 유치한 기업들이 생산공장을 세우는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부쿠레슈티에서 흑해의 항구 콘스탄차로 이어지는 3A번 고속도로는 물류 트럭의 이동행렬로 점차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루마니아 처럼 불가리아 또한 ‘경제부흥’ 열기로 전국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불가리아는 사회간접자본(SOC) 형성을 위한 재건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소피아의 비즈니스파크 지역은 고층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고 있다. 이곳에 고급 호텔과 오피스 빌딩이 속속 입주하면서 ‘소피아의 맨해튼’으로 변모하고 있다. 소피아 남쪽에 위치한 비토샤산(2290m) 기슭에는 고급 아파트와 빌라가 잇달아 들어서고 도심에는 외국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대형 유통센터를 짓고 있어 EU가입 효과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변방국’에서 ‘중심국’으로 부상

EU가입과 함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연 200억유로 규모의 ‘매머드급 신시장’이 급속히 형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양국은 발칸반도의 ‘숨은 진주’로 불리며 넥스트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두 나라는 EU가입 후 외국인 투자 촉진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전 세계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루마니아는 정보기술(IT), 철강, 자동차, 물류, 운송시스템 분야에서 ‘매력’이 커 국내 기업들의 시장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2005년 루마니아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액은 53억유로를 넘었다. 한국·루마니아 간 교역량은 2005년 수출 2억2600만달러, 수입 2600만달러였다. 루마니아에 투자한 한국 기업은 현재 16곳에 달하며 삼성전자, 대우중공업, 삼성물산,LG전자, 두산중공업 등이 현지에서 생산공장 및 판매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루마니아 인구는 2170만명으로 EU 내 7위, 동유럽에서는 폴란드 다음으로 많다. 국내총생산은(GDP)은 985억달러, 경제 성장률 4.1%, 1인당 GDP 8784달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0%를 기록하고 있다.

‘흑해의 진주’로 불리는 불가리아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69억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면서 ‘기회의 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규모는 시장경제를 도입한 후 15년간 외국인 직접투자 누계액의 53%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며 올 해부터 EU가입을 하면서 외자유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한국·불가리아 간 교역규모는 총 2억1700달러로, 수출이 1억9300만달러, 수입이 2400만달러다. 이러한 교육규모는 올 해를 기점으로 향후 2∼3배 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가리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실적은 금융·통신·전기·가스·부동산 투자가 7.2%(8억3000만달러)를 차지했으며, 국가별 투자규모는 오스트리아, 그리스, 독일, 이탈리아 등의 순이며 한국은 450만달러로 32위를 기록하고 있다

■흑해의 신흥시장 향해 ‘총공세’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기업들이 넥스트 이머징마켓으로 급부상 중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향해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중·동유럽의 변방국가였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EU가입을 통해 매력적인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양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지지사 신·증설 등 조직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 해 EU에 가입한 루마니아는 디스플레이 제품의 관세를 인하하면서 국내기업들의 영업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오스트리아법인은 루마니아·불가리아 시장규모가 200억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신시장을 겨냥한 융단폭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인은 앞으로 발칸지역이 유럽의 ‘뉴 마켓’으로 떠오를 것에 대비, 그간 위탁 판매를 해온 슬로베니아를 직영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루마니아·불가리아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강화에 나섰다.

실제로 중·동유럽에 가전 공급을 담당하는 슬로바키아 갈란타 공장은 올 해 루마니아·불가리아의 EU 가입을 계기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액정표시장치(LCD) TV 등 디지털 TV의 생산 규모를 지난해 267만대(21억9000만달러)에서 올 해는 356만대(31억6000만 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모니터 생산 규모도 지난해 160만대(4억38만달러)에서 올 해 235만대(5억54만달러)로 늘릴 방침이다. 삼성전자 오스트리아법인은 이를 통해 중·동유럽의 매출 규모를 2008년에는 14억달러로 높이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LG전자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겨냥한 대공세를 시작했다. LG전자는 올 해부터 기존 법인 규모를 20∼30%로 확대하고 현지에 직영체제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불가리아에 현지 독립법인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조직 강화를 통해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는 2007년 1위, LCD TV는 2008년 1위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현재 LG전자는 LCD TV의 경우 루마니아에서 17.7%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0.3%에서 올해 6%포인트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송광석 LG전자 헝가리 법인장은 “루마니아·불가리아를 비롯한 발칸지역이 향후 중·동유럽의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발칸반도에 대한 철저한 시장조사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와 기아차는 체코, 슬로바키아에 현지공장을 가동하거나 준비중인 가운데 인접 국가인 루마니아에 현지 판매법인과 부품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루마니아 시장이 올 해부터 급팽창할 것으로 보고 현지 직영체제 확대를 준비 중이며 현대모비스도 부품공장 건립을 검토중이다.

SK건설도 루마니아에 처음으로 화공플랜트를 성공적으로 준공하는 등 발칸지역에 대한 글로벌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불가리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전력 변압기를 생산하는 현대중공업과 프린터용 잉크와 토너를 생산하는 아이피에스 등 16개 기업으로 불가리아 공략에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또 삼미는 올해 안에 불가리아의 바르나에 라면 공장을 세우는 등 중소기업들의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불가이라의 대표 기업격인 현대중공업 불가리아 법인은 전력변압기와 계기용 변압기, 변압기 부속품을 현지공장에서 생산해 연간 4000만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불가리아 법인은 현재 제품의 80%를 노르웨이,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알제리, 이집트,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수출하고 나머지를 불가리아 에서 소화하고 있다.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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