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주택 ‘소유’서 ‘거주’로] ④임차인 의식개혁 시급하다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6 17:29

수정 2014.11.13 17:04


“문짝이 떨어졌는데 고치지 않고 놔둡니다. 유리창이 깨져도 갈지도 않고요. 분리수거도 잘 안되고 심지어 쓰레기를 창밖으로 내던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양 아파트 같으면 벽에 못질을 해도 신중하게 할 겁니다. 여긴 방마다 함부로 못질을 해놔 엉망이 된 벽이 많습니다.”

임대주택 관리소장들을 만나면 단골 메뉴처럼 듣게 되는 이야기다. 이들은 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이 주인의식이 없어 고장 난 아파트 내부 시설을 방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하소연한다.
잘 쓰면 몇 년을 쓸 수도 있는 장판이나 벽지를 1년도 안돼 바꿔야 하고 놀이터 시설, 체력단련실 등 공공 시설 등은 내구연한도 되기 전에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한다.

민간 건설업체로 임대사업을 하는 B사 김해영업소 K소장은 “내집 같으면 가족 구성원이 간단히 고쳤을 것들도 ‘하자 보수’ 요청을 해 온다”면서 “일반 분양아파트와 달리 하자 보수를 끝까지 해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엄청나게 많이 든다”고 답답해했다.

■임차인 너무 함부로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임대아파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임차인들의 주인의식 결여를 꼽는다. 민간임대의 경우 몇 년 살다가 금방 나갈 곳이라는 생각으로 함부로 사용하고 장기임대의 경우도 시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지낸다는 것.

SH공사 시설관리국 정임국 차장은 “시설물의 경우 누가 파손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으면 공사에서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임대아파트에선 유난히 시설물 파손이 많다”고 설명했다.

자기 재산이라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주변 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도 없다. 일반 분양 아파트 단지는 아파트 주변 도로 사정 개선을 위해 민원을 넣는 등 적극적인 반면, 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은 상당히 소극적이다.

B사 관계자는 “민간 임대아파트는 분양아파트보다 주민들이 주변 인프라 확보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생활환경이 계속 열악한 곳이 많다”고 털어놨다.

상황은 도시 빈곤층이 주로 거주하는 영구임대아파트나 소형아파트가 많은 곳일수록 더 심각하다. 이런 지역은 슬럼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영희 박사는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무직자, 연금생활자 등이 모여 살면서 희망 없는 동네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어 ‘소셜믹스’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헌주 주공 주택도시연구원장은 “민간업체들이 국민임대주택 사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지어주고 이런 식으로 관리까지 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라면서 “외국에서처럼 항목별로 파손시 얼마를 물어줘야 하는 지 벌금체계를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대아파트 성공 위해선 문화부터 바꿔야

전문가들은 임차인들의 마인드를 바꾸기 위해선 ‘주인의식을 가져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공동관리 주체로 설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은 “임차인들의 의식 개혁은 문화로 풀어야 한다”면서 “피해의식과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임대아파트 임차인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입주민대표자회의를 꾸려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역할을 줘야 하며 각종 커뮤니티 활동 등도 적극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주목해야 할 움직임이 주거복지연대가 지난 1월25일 충남 아산 대한주택공사 아산신도시 홍보관에서 출범시킨 ‘엄마손주거환경실천단’ 사업이다.
전국 임대주택 어린이 140여명이 자신들의 아파트를 청소하고 안전한 통학로를 만들고 나무를 심는 등의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남상오 사무총장은 “2005년부터 전국 임대아파트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임대아파트 주민 중에 영어, 국악 등 특기가 있는 입주민들이 참여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활동이 이웃과도 더 소원한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결속력을 높이고 자신감도 심어준다”면서 “이런 단지들은 임대 연체료도 낮고 단지도 깨끗이 관리되는 등의 특징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