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건설사 ‘파트너 군살빼기’ 올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6 18:12

수정 2014.11.13 17:03


“셋에게 나눠주던 것을 이제는 똘똘한 한곳에 몰아주겠다.”

대형 건설사들이 오는 9월 분양가상한제,원가공개를 앞두고 우수 협력업체 발굴에 나섰다.

그동안 공정별로 다수의 협력업체에게 발주하던 것을 이제는 경쟁력 높은 소수 협력업체에 집중 발주해 원가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다 기술력향상 등 시너지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수협력업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 경우 사당 연간 비용절감액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아울러 최저가 낙찰제를 병행해 원가절감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우수협력업체 정예화로 승부

요즘 대형 건설업계는 협력업체 선정을 위한 등록심사제를 한층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분양가상한제로 원가절감의 필요성이 고조되면서 알짜 협력사 중심으로 새판을 짜겠다는 의도다. 올들어 협력사 선정기준 강화에 나선 GS건설과 동부건설이 대표적이다.

동부건설은 원가절감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적극 추진해온 ‘Y프로젝트’를 올해부터 구체화한다. ‘Y’는 당시 외주구매실장이던 유재인 상무의 이니셜로 ‘이 프로젝트는 당신의 최대 과제다’라는 의미에서 명명됐다. 동부건설이 원가절감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가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그 일환으로 동부는 도급순위 상위 1%에 속하는 협력사와 거래비중을 대폭 늘리는 한편, 1%중에서도 매년 최하위 20%를 탈락시켜 우수업체를 재선정할 방침이다. 또 선정된 협력사를 대상으로 적정가를 감안한 최저가 입찰제도를 실시해 최종 발주하게 된다. 최고중 최고와 동반성장하겠다는 것이다.

GS건설은 일정 요건만 갖추면 협력업체로 등록이 가능했던 기존 시스템을 다시 뜯어고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새로운 디자인,자재 등 신자재 발굴에 주력해 온 주택기술팀이 전체적인 원가절감방안 마련중”이라며 “무조건적인 고급화지향보다는 협력업체와 함께 ‘고급화’와 ‘원가절감’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안을 수립중”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정별 우수 협력업체 발굴과 선별기준 마련을 위해 팀장급 워크샵을 연이어 개최하는 등 고강도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대림산업, 효과 톡톡

협력업체 정예화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선발업체들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상생과 원가절감이라는 두마리토끼를 잡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D&P(설계조달)시스템을 도입했다. 우수 협력업체중에서도 알짜를 골라 거래를 확대하는 것이다.

마감재를 구매할 경우 연간물량을 결정해 한곳에 몰아줬다. 또한 설계,기획단계부터 시스템 창호 등 협력업체를 참여시켜 제품을 개발하고 대량발주와 함께 기술력을 공유하는 등 시너지효과 확대에 주력했다.

대림산업은 비용을 줄여서 좋고 협력사는 대량발주로 실적이 배가됐다. 또 양사 모두 개발성과를 살려 제품품질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대림산업의 협력업체 수는 D&P시스템 도입전 350여개에서 도입후 180여개로 대폭 감소했다.

삼성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 등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연간 비용절감효과는 수주규모와 물량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00억∼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주부터 완공까지 길게는 2∼3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 900억원정도의 원가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 심화될 듯

대형건설사들의 옥석가리기로 협력업체들은 생존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대형건설사와 거래하는 협력사는 또다른 대형사와도 손잡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시장에서 퇴출될 위험이 커졌다. 최고중 최고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동부건설의 경우 현대,삼성건설 등 기존 대형사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기술력과 원가 등에서 이미 검증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우수 협력사를 선정해도 공기지연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리스크가 적지않다”며 “이미 시공능력 상위사와 거래하고 있는 검증된 업체라면 이러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견 건설업체들의 경우 최저가 입찰방식과 정예화 제도를 절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형 업체들에 비해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못해 정예화를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

대우자판 관계자는 “협력업체를 정예화 하는 방안은 아파트 품질을 높이고, 협력업체들의 자금 유동성에 여유를 줄 수 있어 장기적으로 원가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중견업체가 택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도급가격을 적정 범위로 유지한 채 입찰을 붙여 마진을 적정선에서 유지하고 품질을 높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