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프로슈머 마케팅’으로 승부한다

박찬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6 19:35

수정 2014.11.13 17:03



‘생산 영역을 뛰어넘는 똑똑한 소비자가 넘쳐난다….’

재계에 ‘고객’이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고객의 정의는 통상적인 최종 소비자를 넘어 거래선·투자자·협력사 등으로 확대되면서 고객이 경영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가 생산공정까지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생산자(Producer)-소비자(Consumer) 합성어)가 고객참여 마케팅의 일환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마다 프로슈머 마케팅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고고객관리총괄인 CCO(Chief Customer Officer)를 신설하고 이 자리에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전무를 앉히는 등 고객참여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타 기업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프로슈머 마케팅’으로 승부건다

삼성그룹은 ‘초일류 경영’의 시발점을 철저한 고객중심 마인드로 잡고 있다.

기업 대 고객(B2C)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뿐 아니라 기업 대 기업(B2B) 사업을 하는 계열사들도 고객의 마음을 제품에 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계열사마다 프로슈머마케팅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프로슈머 활동은 ‘자이제니아’. 자이제니아는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가 일반 고객들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개발에 활용하자는 취지로 만든 모임이다.

삼성전자 ‘애니콜 드리머즈’도 대표적인 프로슈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애니콜 휴대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일종의 ‘아이디어 뱅크 모임’이다.

B2B기업인 삼성SDI도 고객의 경험을 담아내는 프로슈머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반 고객을 상대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자인·마케팅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다.

구본무 LG 회장이 올 초부터 ‘고객가치’를 최고의 기업가치로 정하면서 계열사들이 일제히 고객가치 중심경영에 나섰다. LG 계열사들의 프로슈머 마케팅은 LG전자의 ‘초콜릿폰’, LG화학의 인테리어 디자인센터 운영 등을 통해 결실을 거두고 있다.

‘휴대폰 프로슈머’ 모임을 통해 신세대 고객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LG전자 ‘초콜릿폰’은 ‘대박폰’으로 자리매김했다. 보안을 중요시해 온 고정관념을 깨고 파격적으로 ‘고객’을 직접 생산공정에 참여시키도록 한 것이다.

이밖에 LG화학도 ‘고객맞춤형 인테리어 디자인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이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자재 선택까지 직접 참여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SK그룹은 고객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프로슈머 마케팅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는 ‘OK캐쉬백 연구모임’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 충족에 나서고 있다. 이 모임은 SK가 펼치는 각종 프로슈머 마케팅의 첨병으로서 OK캐쉬백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집, 제공하는 게 주요 역할이다. SK텔레콤은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슈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투모로우 크리에이터(Tomorrow Creator)’란 이름의 ‘TTL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 ‘서비스 체험단 고객 컨설턴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SK네트웍스는 대학생 모니터 집단을 활용해 프로슈머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토프로슈머제’ 도입을 통해 프로슈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럭셔리 유틸리티 차량(LUV) 베라크루즈의 이름을 짓는데 ‘오토 프로슈머’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등 고객참여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GS그룹의 경우 GS칼텍스가 주유소 서비스 및 주유소 주변환경을 평가,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아름다운 모니터’제를 운영하고 GS홈쇼핑은 30∼50대 주부로 구성된 고객모니터제를 도입했다.

■고객참여 경영에 ‘올인’

최근에는 기업마다 ‘잘 만드는 것보다 잘 팔아야 하는’ 마케팅의 중요성이 급부상하면서 고객관리 전문직을 신설·보강하는 등 고객경영에 올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CCO를 신설했다. 인텔, 시스코, 펩시, HP 등 많은 선진 기업이 예전부터 고객관리 강화차원에서 CCO직을 설치한 것을 벤치마킹했다. CCO는 HP, 인텔 등 주요 거래선과 만나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그룹내 거래선 조율 역할을 수행한다.


LG텔레콤 사장 시절부터 ‘고객 최우선’을 외쳐온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고객참여 마케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남 부회장은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마케팅책임자(CMO)까지 겸임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마케팅 조직도 제품별에서 지역별로 통합하는 등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마케팅 실전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CMP(Chief Marketing Practitionerㆍ최고마케팅전문가)도 만들어 최정예 요원 10명을 선발하는 등 고객참여 경영에 승부를 걸고 있다.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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