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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금기 깨고 弱달러 ‘정면돌파’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8 09:33

수정 2014.11.13 16:59

한국은행이 지난 50년 간의 금기를 깨고 주식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중앙은행의 외환관리에 일대 변혁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의 국가채무 지급수단으로서 ‘보유’와 ‘다다익선’의 논리에 집중해 왔던 전통에 변화가 온 것이다.

중국, 일본은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의 유전 확보나 선진국의 증시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 미국 중앙은행을 좌지우지하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IMF 당시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쓰디쓴 경험으로 인해 리스크가 높은 투자에는 움츠려 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외환보유고의 자산효율성을 높이게 될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에 기여함은 물론 수익금을 사회간접자본 시설 등에 재투자하게 되면서 거시경제에도 긍정적인 기여가 예상된다. 나아가 미국 연방금리나 국제금리, 해외증권시장에서의 우리의 달러 힘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비상수혈액 격인 외환보유고를 리스크가 높은 수익형 자산으로 전환하는데 따른 비판 여론도 만만치않다.

■외환보유고 포트폴리오 변경 왜 시도되나

지난해 12월 기준 한은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 규모는 2400억달러. 이에 비해 1년 미만의 단기외채는 1000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당장 빚잔치를 하더라도 달러화가 남아 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달러화 약세와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공통적으로 과잉유동성 문제에 직면해 있고 한은에도 적잖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지만 한은도 보유 외화자산의 ‘운용수익률’이나 ‘평가손’ 등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다.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 운용수익률을 공개하게 되면 국제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 한은의 외환운용 손실은(달러화 기준) 약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매매손실과 별개로 한은이 보유한 외환의 평가손은 지난 2004년 17조5000억원, 2005년에는 무려 13조6000억원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한 해 동안 10% 이상 환률이 급락하고 해외금리도 상승함에 따라 한은의 적자 규모가 1조7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대규모 적자와 자산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과제의 돌파구로서 고수익 자산운용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응급 수혈액’으로 위험천만 외줄타기… 비난도

24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의 일부가 해외 고수익 유가증권 및 자산에 본격 투자되면 한은의 보유자산운용 수익률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또 발생 수익이 국내 경제성장률의 상승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발생 수익이 재간접투자를 통해 국내 경기 활성화로 어어지게 하는 것이 한은의 로드맵이다.

더불어 세계 유수의 자산운용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생생한 시장정보를 활용, 한은의 자산운용 능력을 배가시킴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허브 목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외환보유고의 리스크 대응 능력은 예전보다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높다.

현대경제연구소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외환보유고의 최대 목표는 유동성 확보이지 수익률 경쟁이 아니다”며 “외환보유액을 직접 해외 증시에 투자한다는 것은 국민의 혈세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은측은 이번에 해외자산운용사에 사업제안서(RFP)를 보내면서 “투자대상 종목은 선진국에서 안정적인 성장종목으로 평가받는 회사 또는 환금성이 뛰어난 수익성증권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조건을 달아 이같은 리스크는 어느 정도 상쇄될 것이라며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한은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보유 외환을 수익자산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라며 “증시 투자에 있어서도 리스크 안정성을 최우선과제로 삼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IMF 때만 해도 한은이 기업들에 대규모 외화자산을 빌려줬다가 곤욕을 치르지 않았느냐”며 “한은이 매년 적자발생 구조를 바꾸려면 외화자산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문제보다 적자 발생의 근본 원인인 통안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전문가들은 “환율 안정을 위한 외환정책 수단인 통안채가 발행되면 채권금리가 급등락하고 이로 인해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라며 “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갖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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