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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민의 커튼콜] 파이팅! 창작뮤지컬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8 16:59

수정 2014.11.13 16:58



하루, 천사의 발톱, 컨추리보이 스캣, 댄서의 순정, 첫사랑, 귀천, 피크닉, 대장금, 싱글즈, 댄싱 섀도우, 젊음의 행진, 해어화, 기생이야기, 내 마음의 풍금,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여자를 내려주세요….

퀴즈 하나. 위에 열거한 뮤지컬 작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올해 공연될 창작뮤지컬’이다.

지난 2001년 LG아트센터에서 8개월간 공연된 라이선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으로 이른바 ‘뮤지컬 빅뱅’을 경험한 국내 공연계가 또 한차례의 빅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에는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해에도 총 111편(재연작 포함)의 공연작 중 64%인 71편이 순수 창작물이었을 정도로 창작뮤지컬은 압도적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압도적’이라는 말은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창작뮤지컬들은 대개 500석 미만의 중·소형 극장에서 공연됐고 1000석 이상의 대형 공연장은 해외작품의 라이선스 공연이나 오리지널 투어 공연 차지였다.
실질적으로 시장을 주도한 것은 창작뮤지컬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맘마미아’ ‘미스 사이공’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뮤지컬 흥행 상위권에 랭크된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이런 사실은 금세 눈치챌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좀 다르다. 작품의 양도 양이지만 질적으로도 지난해와는 좀 다른 국면을 보이고 있다.

우선 창작뮤지컬의 덩치가 커졌다. 2000석 규모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는 5∼9월 공연되는 ‘대장금’과 ‘댄싱 섀도우’는 초기 제작비로 투입되는 금액만도 50억∼60억원에 이르러 대형 라이선스 작품 못지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로맨틱 코미디 류에서 과감하게 벗어난 소재의 확장도 눈에 띈다. 현재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천사의 발톱’은 느와르 뮤지컬을 표방하며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파고 들고 ‘댄싱 섀도우’는 뮤지컬 소재로는 파격적인 한국전쟁과 이데올로기 대립을 다룬다.

문제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결정적 작품)의 출현이다. 대중음악의 서태지, 영화의 ‘쉬리’, 게임의 ‘리니지’처럼 시장을 주도할 결정적 작품이 출현한다면 여타 문화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창작뮤지컬계도 시장이 눈덩이처럼 확대되는 ‘스노볼 에펙트’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만난 한 뮤지컬 제작자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라이선스 뮤지컬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올해 선보이는 창작뮤지컬들이 어떤 성적표를 내느냐에 따라 그 판도는 바뀔 수 있다”면서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 농사를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2007년이 창작뮤지컬 원년(元年)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창작뮤지컬의 건투를 빈다.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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