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우리홈쇼핑 인수 ‘사돈 싸움’ 결국 법정으로…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8 17:38

수정 2014.11.13 16:58



우리홈쇼핑 인수를 둘러싼 롯데그룹(롯데쇼핑)과 태광산업의 갈등이 법정으로 비화됐다.

태광산업은 8일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가 ‘원천무효’라며 법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은 6개월내에 롯데측이 인수지분 53%를 전량 처분하라는 것. 이에 대해 롯데는 충분히 합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태광의 이번 소송제기는 롯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인내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롯데는 우리홈쇼핑 인수 뒤 이사회 동수구성, 공동 경영 등을 제의했지만 정작 제대로 실현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롯데만 바라보면서 끌려다닐 수 없다는 게 태광측의 이번 소송제기 배경이다.


업계는 양사간 앙금이 쌓일 때로 쌓여 극적인 타협점이 나오지 않는 한 법정소송을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태광, 더 이상 못참는다

태광은 지난 2005년부터 우리홈쇼핑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롯데쇼핑이 지분 53%를 전격 인수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속된 말로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셈이다. 태광은 이후 불쾌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태광 계열 복수유선방송사업자(MSO) 티브로드는 우리홈쇼핑의 일부 방송송출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까지 받았다.

태광은 나아가 우리홈쇼핑의 송출 채널을 모두 최하위인 B급으로 낮췄다. 2000억원 가량의 지분투자가 이뤄졌지만 롯데와의 일전불사를 위해서는 이같은 손실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다. 특히 티브로드는 국내 최대 MSO로 케이블TV 방송 시장의 20%를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채널 하향은 우리홈쇼핑의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태광이 우리홈쇼핑 지분 인수에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이 돈에 연연하지 않을 정도로 (롯데에) 감정이 상한 상태”라고 말했다.

■6개월내 지분 처분하라

태광은 이날 방송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 소장을 제출했다. 소장의 핵심은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가 법적으로 하자가 있기 때문에 원천무효라는 것이다.

태광은 우선 “롯데쇼핑은 2001년과 2004년 두 차례 우리홈쇼핑 사업자 승인을 신청했지만 거부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2004년 당시 우리홈쇼핑 최대주주 경방이 지분처분 금지를 서약하고 재승인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경방 등의 지분을 매입해 탈법적으로 사업자 지위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태광은 또 “최다액 출자자가 되면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지배해 새로운 사업자에 대한 승인과 같다”며 “하지만 방송위는 심사기준 공고, 사업계획 검토, 공개의견 수렴 등 승인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태광은 따라서 “우리홈쇼핑 최대주주 변경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방송법 취지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방송위는 롯데쇼핑이 취득 지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6개월 이내에 주식을 처분하도록 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의 가능성은 ‘거의 없어’

태광 고위 관계자는 “향후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쌍방이 합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더 이상 롯데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는 그동안 시간만 나면 이사회를 동수로 구성하자느니, 공동경영을 하자느니 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했지만 정작 실질적 액션은 하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앞으로 어떤 행동이나 약속을 하더라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게 태광측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롯데가 사돈관계 등을 거론하며 어떤식으로든 문제를 풀려고 하지만 사돈관계인데 어떻게 뒤통수를 칠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업계는 방송위 자체 심사과정에서 상당한 논쟁이 오갔던 만큼 태광산업의 승소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한편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과정에서 방송위원 9명중 4명이 승인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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