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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소유’서 ‘거주’로] ⑤민간 공급 촉진책도 병행돼야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8 18:16

수정 2014.11.13 16:57


“사회주의 경제체제도 아닌데 시장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 건지… 이러다 나중에 더 큰 부작용이 오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정부가 시장을 철저히 규제하는 내용의 주택정책을 잇따라 쏟아내자 한 민간 건설사 임원이 체념하듯 던진 말이다.

정부도 이로 인한 민간주택 공급 위축을 염려한 듯 지난달 31일 임대주택 공급 확대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확대 방안이 임대주택에만 치우쳐 있어 향후 집값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집값이 오른 이유 중 하나가 공급부족이었는데 이번 대책에도 구체적인 공급확대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가 시작되면 당장 내년부터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이번 대책으로 주공이 재건축·재개발시장까지 진출하고 공공택지까지 모두 가져가게 되면 민간 건설업체는 설 곳이 없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건설사 “아파트 지을 땅이 없다”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로 수도권에서 쓸 만한 땅을 구하기가 힘들어진 판에 공공택지 공급까지 제한한다면 민간분양은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분양가 급등의 중요한 원인은 ‘땅 부족’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땅값’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일반 택지에선 토지를 감정가로 산정해 분양가를 책정하겠다고 하고 상대적으로 땅값이 안정적인 공공택지는 공급하지 않겠다고 하면 민간 건설사는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고분양가 논란에서 건설사도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이렇듯 쥐잡듯 몰아붙이면 시장은 다 망가진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2년부터 민간아파트 공급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올해는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본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좋은 땅을 정부에서 다 가져가면 민간아파트 물량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공급실적을 보면 2002년의 25% 수준밖에 안 되는데 올해는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 대표도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문닫는 시행사들이 속출하고 건설사들 수주 물량이 급감할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자체사업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소규모 택지밖에 없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시장 기형화 초래”

이들은 가뜩이나 고급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임대아파트만 늘린다면 집값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요트렌드가 고급주택으로 바뀌고 있고 아직도 서울 강남권 등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선 고급주택 공급을 목말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지금도 중대형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공급마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랜드마크성 고가아파트는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임대위주의 공급으로 인해 주택시장이 이원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강남권을 비롯한 고급주거단지는 집값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H공인은 “강남권은 매수세가 항상 잠복 중”이라며 “특히 중대형 고급아파트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줄면 결국 집값이 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간아파트 공급 축소 막으려면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민간아파트는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공급이 줄어들 게 뻔하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 1·31 대책에도 고급아파트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구체적인 계획은 들어 있지 않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지금처럼 분양가 상한제 등 온갖 규제로 시장을 붙잡아 매 놓고 공급축소를 걱정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더라도 토지가격을 제대로 산정하고 금융비용을 인정하는 등 민간 건설사들의 사업성은 어느 정도 보전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설사들도 사업과정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업과정을 줄이고 작업공정 개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현재 아파트 분양사업은 시행, 시공, 분양대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건설사가 이를 통합해 운영하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며 “건설사가 단순 시공을 벗어나 시행을 같이 하면 원가를 1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덕 소장은 또 “용도구역을 재지정하면 소규모 민간택지가 많이 생길 수 있다”며 “현재 경기 용인지역은 이미 끝난 상태이고 다른 지역도 조만간 작업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창석 이사는 “현재의 제도를 바꾸기 어렵다면 용도구역 지정을 서둘러 민간 건설사에 택지를 공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정부는 용도구역 재지정사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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