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한은 해외주식투자] “적정수준 활용 필요”

이지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11 15:58

수정 2014.11.13 16:55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최근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해외 자산운용사를 통해 우량 주식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위험 자산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유동성 확보라는 외환보유액 본래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우량 주식은 환금성이 높기 때문에 굳이 유동성 문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는 주식에 굳이 손댈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의 본래 취지와 기회비용의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외환보유액의 본래 취지는 안정적인 국제 거래를 지원하는 것이다.
모든 거래에는 채권과 채무 관계가 발생한다. 채권과 채무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공인된 거래 수단이 있어야 한다. 한 나라에는 법으로 강제된 통화가 있어서 무수히 많은 거래 관계를 보증해줄 수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이것이 쉽지 않다. 통화의 신뢰도가 낮은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특히 그렇다. 따라서 원활한 국제 거래를 위해서는 공인된 국제 통화를 언제든지 지불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외환보유액이란 한국은행이 민간 부문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국제 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공인된 국제통화를 의미한다.

문제는 국제 통화로서 오랫동안 인정받아오던 달러화가 세계적으로 넘쳐나면서 안정적인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하는 데에 따르는 손실, 또는 기회비용이 증가한다는 데에 있다. 달러화가 넘쳐나면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의 실질 가치, 실질 구매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환보유액의 재원은 꼼꼼히 따져 보면 국민의 저축이다. 한국은행에 축적된 외환보유액은 수출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화, 또는 외평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외환시장에서 구입한 달러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외환보유액은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현재 소비를 유보한 대가가 경상수지 흑자, 외평채 매입이라는 과정을 거쳐 외환보유액의 형태로 퇴장된 것을 의미한다. 달러화 매입 과정에서 풀린 원화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통안채 발행이라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역시 궁극적으로는 국민 저축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자비용이라는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외환보유액이 증가한다는 것은 국민 저축이 저수익 달러 표시 자산, 또는 국제 통화로서의 위신을 잃고 있는 달러화의 형태로 퇴장되는 것이며 동시에 외평채 및 통안채 관련 이자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외환 보유액이 증가할수록 국민 경제적 낭비 규모가 커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두 가지의 대응이 가능하다. 첫째는 외환 보유액을 줄이는 것이고, 둘째는 외환 보유액의 수익성을 늘리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을 줄이기 위해서는 해외 지출을 늘리고 외환 시장에 대한 개입을 최대한 줄이면 된다. 외환보유액의 수익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 주식 투자 등 투자 다변화가 불가피하다.

해외 주식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면, 이는 주식 투자 자체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해외 우량 주식에 투자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지식과 정보가 있어야 한다. 어떤 산업이 안정적이며 어떤 기업을 믿을 수 있는지, 그리고 향후 국제금융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환 헤지나 금리 헤지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연구가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물론 직접투자가 아니라 해외 자산운용사를 통한 간접투자이기는 하지만, 간접 주식투자라고 해서 지식과 정보가 불필요한 것은 전혀 아니다. 간접투자라 해도 장부상 손실을 볼 수도 있으며,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지식과 경험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지식과 경험은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개발도상국이라는 원죄(原罪)가 있다.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이므로 여전히 외국인 직접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투자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개도국들은 펀더멘털이 튼튼하다 하더라도 투기 세력의 공격으로 인해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수출 주도형 국가로서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한데 시장 개입의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과도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외환 보유의 불가피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적정 수준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자세가 요구된다.
우려되는 것은 외환보유액이 불필요하게 늘어나는 것에 대한 면죄부를 씌우려 할 가능성인데, 적극적인 운용과는 별도로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상시적으로 외환 보유액의 과잉 여부를 점검하는 작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 우량주식에 대한 투자는 결코 투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식과 경험을 총 동원해 해외 우량 주식을 찾아내는 일이야말로 개발도상국으로서 외환을 과다 보유할 수밖에 없는 원죄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안이다.

/newsleader@fnnews.com 이지용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