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대기업 매출 늘었어도 이익 2년째 곤두박질

김재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11 19:45

수정 2014.11.13 16:55


금융업을 제외한 상장사들이 매출액은 증가한 반면 지난 2004년 이후 이익은 2년 연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수수료와 이자 수입 등이 급증한 은행들을 제외한 국내 대표 수출주와 4대 그룹 계열사의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12월 결산법인 시가총액 상위 50개사 중 실적 미발표 기업을 제외한 45개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439조8902억원으로 6.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4%, 10.8% 줄어든 41조1358억원, 39조3229억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100위권 내 78개사의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7.4% 줄어든 46억257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같은 이익 감소는 지난 2005년 14% 감소한 이후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체 ‘지속 악화’, 은행들은 ‘증가세’

제조업체들의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업황이 호황이었던 조선업종을 제외하고 국내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대표 수출주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4.0% 감소한 6조9339억원을 기록하며 7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수출차 가격 상승과 노사 관계 악화로 전년보다 10.8% 감소한 1조2344억원을 기록했으며 기아차는 127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LG전자와 삼성SDI의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각각 41.5%, 87.0% 감소하는 등 하이닉스(28.7%)를 제외한 대형 정보기술(IT)주들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둔화됐다. 특히 LG필립스LCD는 지난해 9454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반면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대부분 수익을 내는 은행 등 금융사들의 실적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이 전년보다 9.8% 증가한 2조4721억원의 사상 최고 순이익을 거둔 것을 비롯해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의 순이익도 각각 5.8%, 19.4% 증가했고 하나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은 ‘순이익 1조원 클럽’ 시대를 열었다.

이에 따라 ‘순이익 1조원 클럽’에 든 상장사는 15개사로 전년보다 2개사가 증가했지만 현대제철이 빠진 곳에 KT가 들어갔을 뿐 증가한 2개사가 모두 은행사들로 채워졌다.

■대기업 계열사 실적 더 악화 경향 뚜렷

내수와 수출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10대그룹 계열사의 이익 감소폭은 더 컸다.

12월 결산 10대그룹 상장 계열사(71개사) 가운데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57개사의 전체 매출액은 326조9839억원으로 전년보다 5.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0조4038억원으로 11.3%, 순이익은 20조3659억원으로 12.4% 감소했다.

특히 LG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11개 계열사가 실적을 공개한 LG그룹은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7.5%나 감소한 1조3635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와 LG필립스LCD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동시에 악화된 결과다.

삼성그룹 11개 계열사의 영업이익은 7조9985억원으로 10.4% 감소했으며 현대차그룹 8개 계열사의 영업이익도 2조6227억원으로 9.4% 줄었다. 한진그룹 3개 계열사의 영업이익도 34.8% 급감했다.

■기업 실적 바닥 보인 듯

지난 2005년부터 2년 연속 악화된 국내 대기업들의 실적은 무엇보다 영업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이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2년부터 원화는 달러화 대비 23.8% 올랐지만 엔화는 7.3% 오르는데 그쳐 대일 경쟁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부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기름값도 이 기간 급등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올해에는 이러한 대외 여건이 점차 안정을 찾으면서 기업 실적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증권 이효근 경제금융파트장은 “올해 국제유가는 온난화와 수요 감소로 지난해처럼 급등하거나 하지 않고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원·달러 환율도 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는 밴드 내에서 급변동 없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에 저점을 찍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양경식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등 세계 경제가 지난해 석유관련 주에서 IT 등 국내 수출비중이 높은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1·4분기나 2·4분기를 저점으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hu@fnnews.com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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