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남홍 “파리에서 유명…한국선 몰라봐서 섭섭”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13 10:34

수정 2014.11.13 16:43



■인사동 학고재서 13일부터 개인전

“화랑들이 참 이상합디다. 전화를 여러군데 했어요. 그런데 다 거절하는 겁니다. 남홍을 모르는 거예요.”

한국에서 전시를 하고 싶어 파리에서 서울에 있는 화랑에 전화를 걸어 남홍을 이야기 했지만 ‘화랑들은 시큰둥했다’며 재불 서양화가 남홍(본명 이남홍·51)은 섭섭해 했다.

남홍. 국내 미술시장에선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작가는 프랑스에서 ‘불과 재의 시인’으로 불린다. 25년째 프랑스 화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꽤 유명세를 얻고 있다. 지난 2001년 프랑스문화협회로부터 ‘황금 캔버스상’을 수상했고 2004년엔 프랑스 문화재의 날 기념행사 땐 오베르성의 오랑쥬리 전시관에서 초대전을 열어줄 정도다.
지난해엔 파리 16구청에서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행사로 ‘남홍의 밤’을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살풀이 춤과 바라춤 퍼포먼스와 종이를 태우는 꼴라주 작품들로 파리시민들의 격찬을 받았다.

중견작가 남홍의 한국전이 서울 인사동 학고재화랑에서 13∼24일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파리에서 열렸던 ‘남홍의 밤 한국 순회전’으로 서울과 대구 광주로 이어진다.

“82년에 프랑스에 갔어요. 그림 그리려고요. 대학에서 전공은 안했지만 전 중학교때부터 그림을 그렸다고 말합니다. 전공안했다고 그림 안그린건 아니잖아요. 파리에서 5년안에 승부가 안나면 창작자가 아니라고 결심했어요. 슈퍼마켓가고 밥하는 시간빼고는 그림만 그려요. 그림이 좋아요.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요.”

작가는 파리에서 도톤 살롱에 매년 출품 7번이나 당선되면서 화단의 눈길을 끌었고 2000년도엔 ‘태운 한지-불 태우다’작품이 살롱전 통틀어 최우수작품상에 선정되기도 했고 2002년동엔 파리 유럽아트페어 관객 선정 우수작가상을 수상했다.

동양적인 작품으로 서양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캔버스에 불탄 한지 조각을 붙이거나 촛불로 그을리고 태웠다. 마치 제를 지내는 듯한 주제도 죽음과 부활이다. 할머니와 친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향수와 그리움이 작품속에 스며들었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최근작 60여점은 붉고 샛노란 강렬한 색채가 돋보인다. 특히 작가가 장구채로 만든 도구를 붓대신 사용, 아무렇게나 휘갈린 듯한 기법이 탄생됐다. 그렇게 나온 나비같기도 하고 새같기도 한 형상들은 불처럼 활활 타올라 화려한 색위로 떼로 날아다닌다.

“물감주인이 제가 가면 너무나 좋아해요. 하나의 그림에 몇통의 물감을 사용하거던요. 작품을 위해선 아끼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화면위에 퍼부듯 쏟아진 아크릴은 거칠게 파도를 치기도 하고 날개에서 솟아오르려는 강한 에너지가 뿜어나온다.

한국에서는 2001, 2005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개인전이다. 개막일인 13일엔 서초동 한가람미술관에서 꽃과 천을 이용한 퍼포먼스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작품값은 호당 40만원선으로 100호가 4000만원이다.
파리에선 에누리 없이 팔린다고 한다.

경상도 사투리가 강하게 남아있는 작가는 서양화가 이강소화백의 친동생으로 대구 효성여대 불문과를 졸업, 파리8대학 미술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프랑스 르 살롱전 영구회원이다. (02)739-4937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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