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석칼럼] 잘살고 못살고의 차이/방원석 논설실장

방원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13 16:51

수정 2014.11.13 16:40



우리 사회에서 반기업 정서, 시장의 불신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는 대기업들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적지않다. 우선 세습 경영에 따른 신판 귀족 출현, 중소업체에 대한 천사와 폭군의 두 얼굴, 사회 불평등 기원론의 주범, 분식회계·비자금 등 비윤리적 경영은 대기업의 불찰이었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영토 확장이 가져온 외환위기가 이런 정서를 증폭시킨 게 사실이고.

그렇다고 기업이 악인가. 시장경제의 단순한 부작용일뿐이다. 물론 반대기업 정서의 저류에는 재벌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재벌은 그래도 압축 성장의 필요악쯤으로 치부돼야 옳다.

기업은 나라의 돈줄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시장경제의 상징이자 첨병이다.
나라든 개인이든 기업 없이는 비전도 철학도 희망도 없다. 잘살고 못사는 국가와 국민의 차이는 우량 기업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바로 시장이 살아 있느냐 막혀 있느냐 기업을 악으로 보느냐 천사로 보느냐의 사회 풍토와 인식이 국가와 국민의 운명까지 바꾸어 놓는다.

시장주의냐, 관료주의냐

남미는 미국보다 왜 못사는가. 여기에 그 답이 있다. 시장주의냐 관료주의냐의 차이다. 남미 국가들은 관료 중심의 스페인 제도를, 미국은 시장을 중시하는 영국 제도를 물려받았다. 능력껏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시장 친화적인 사회 풍토와 기업들이 열심히 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반시장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나온 결과물은 천양지차다.

누가 뭐래도 자원이 빈약하고 산업화에 뒤늦게 뛰어든 우리가 오늘날 이만큼이나마 먹고 살게된 것은 자유로운 시장 분위기에서 마음껏 활개친 기업 덕분이었다. 약육강식이 판치는 국제무대에서 우리가 최강의 반열에 오르고 선진국 못지않게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도 정치 엘리트의 시장주의적 마인드, 대기업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직장인들의 수입(1년 연봉)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과 수도권이 아니라 울산, 전남이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 등 대기업과 공단을 끼고 있는 지방 도시다. 기업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이 돈 벌어 제대로 세금을 내지 못하면 나라살림은 곤궁해진다. 요즘 총성 없는 나라간 경쟁도 기업이 대리한다. 대기업은 그 한복판에 서 있다. 기업은 현대판 구세주이자 온갖 난제를 푸는 해결사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네 사정은 어떤가. 국내 기업들이 안팎으로 도전과 시련을 맞고 있다. 일부 국내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이 합세해 대기업을 린치하고 정부는 규제로 옥죄고 있다. 이는 경제적 자해행위다.

기업은 없고, 정부만 있다

더군다나 해외에서는 우리 대기업들이 좀 컸다고 질시하고 배아파 하고 있다. 일부 외국 언론들은 국내 대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정부와 관료를 영웅시하고 마치 재벌이 시장 기능을 해치는 악의 화신인양 공격하고 있는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에서 기업과 시장은 보이지 않고 정부만 득세하는 분위기다. 각종 정책에서 행정·규제 만능주의가 판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필연이다. 작금의 깊은 불황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요즘 같아서는 ‘기업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기업’이라도 선택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다.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가난, 일자리, 양극화를 구제하는 데는 역시 기업이 제격이다.
국가는 기업이 신나게 일하도록 분위기만 잡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wsb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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