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연말이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성금을 내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최근 외국계 기업인 GM대우의 한 임원은 기업들의 성금기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쟁업체인 현대·기아차가 매년 100억원 이상의 성금을 기탁,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기업이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면 되지 왜 성금을 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GM대우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너무 간과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개인적인 생각이지 회사 전체의 입장은 아니다”고 한 발 빼는 인상을 보였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의 성금기탁률이 국내 기업의 3% 이내인 점에 미뤄 이같은 시각이 외국계 기업 전체에 퍼져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 연말 불우이웃 등을 돕기 위한 성금모금을 놓고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13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연말연시 850여개 기업이 기탁한 성금 1174억원 중 외국계 기업은 13개 3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참여 기업 비율로는 1.5%, 금액으로는 2.9%에 머물렀다.
한국P&G가 2억1000만원, JPI가 9000만원을 기탁했으며 나머지 11개 기업 기탁금은 1000만원 이하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에 대해 기부 주체와 기부문화의 차이라고 분석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은 주로 본사에서 최빈국을 대상으로 제3세계에 지원을 한다”며 “국내법인이 기부를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기부문화의 경우 국내 기업이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국민 정서에 따라 성금을 내놓지만 외국계 기업은 국민 정서보다는 투자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가 난다.
때문에 국내 기업이 광범위한 사회공헌을 위해 거액을 쾌척한 반면 외국계 기업은 사용용도나 목적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외국계 기업은 성금 기부보다는 직원들의 봉사활동 등을 통해 기업시민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국내 기업에 비해 크게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의 경우 국민 정서보다는 본사 방침에 따르기 때문에 기부율이 현저히 작다”며 “이마저도 투자전략이나 마케팅 수단으로 고려하는 등 순수성이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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