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그림 빌려주면 새끼쳐주겠다” 충격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13 20:12

수정 2014.11.13 16:38


■'변시지화백 위작'관련 새내기 화랑주인의 고백

"그림 좀 빌려주세요. 새끼 좀 치려고 하는 데…."

서울 인사동에서 A화랑을 운영한 지 1년도 채 안되는 모대표는 이런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느 날 인사동 B화랑 주인이 찾아와 변시지 화백 작품을 빌려 달라고 하면서 던진 말 때문이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다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너무나 태연하고 당당하게 '새끼를 친다'는 말을 하는 데 당황스럽더라고요." A화랑 주인은 그냥 하는 말이거니 하고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B화랑 주인의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A화랑 주인이 김모 작가의 작품이 매우 좋다고 하자 B화랑 주인이 "그려다 줘요?"라고 말한 것. 순간 A화랑 주인은 귀를 의심했고 재차 물어봤다.

B화랑 주인은 "진짜 그림을 모사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그림만 빌려주면 감쪽같이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A화랑 주인은 그동안 진품으로 알고 소장했던 작품이 위작으로 밝혀져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던 일도 떠올라 "거짓말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지난 9일 만난 A화랑 주인은 "이런 이야기해서 화랑가에서 왕따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면서 인사동이 무서워 "화랑을 접고 집으로 가야 할지, 계속해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A화랑 주인은 최근 변시지 화백 위작을 진품으로 감정서를 발급한 국내 감정기구에도 불신감이 컸다. 지난해 운보 김기창 작품도 운보재단에서 진품이라고 주장했지만 감정기구에서는 3번씩이나 위작이라고 했고 급기야 그림을 찢어보고서야 진품이라고 인정한 일도 있었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쓰레기가 될 뻔한 찢어진 그림은 소장자의 반발로 감정위원회 위원이 130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지난 2일 발급한 변시지 화백 위작도 진품이라고 감정서를 발급한 것을 보고 국내 감정은 더 이상 믿을 수 없으며 인사동 화랑 주인들은 모두 다 한통속이라고 했다.


또 지금 열고 있는 작고작가 전시회 또한 위작인지 진작인지 구분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작품을 사겠다"는 사람이 오면 "사지 말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그림 새끼를 친다'는 말에 C화랑 대표는 "화랑을 오픈할 때 그런 사람이 찾아왔다면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변시지 화백 위작 관련, 변 화백 아들 변정훈씨는 "몇년 전부터 위작을 그린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아무래도 전문적인 조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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