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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M&A 매물 시장서 사라진다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15 09:21

수정 2014.11.13 16:31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등 초대형 매물들이 인수합병(M&A)시장에서 종적을 감추고 있다.

새주인 찾아주기 작업이 자칫 특혜 의혹을 불러 일으키거나 관련 노조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뜨거운 감자’이다 보니 다음 정권으로 공을 넘기려는 여권의 정치기류도 엿보인다. 여기에다 관련 기업들의 실적호전으로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몸값도 크게 치솟아 원매자들 사이에서 “주가가 빠지기를 기다려 보자”는 관망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점도 M&A를 냉각시키는 또다른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를 비롯해 은행 등 올해 ‘빅딜(Big Deal) 투자용’ 실탄을 쌓아 놓았던 금융권은 자금운용 계획을 전면 재조정하는 등 전략수정에 들어갔다.

■내년으로 넘어가는 빅딜들

현대건설은 지난해 5월 워크아웃에서 탈피하는 동시에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내년 정도에나 M&A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측은 ‘올 3월 말까지 주간사 선정, 6월 구체적인 매각계획 확정’이라는 스케줄을 발표했으나 내부 실무자들은 “당초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옛 사주인 현대가(家)를 원매자군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조차 하기 어렵다”며 현대건설 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임원은 “옛 사주 문제 이면에는 대북사업의 향방 등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며 “무엇보다 대선을 앞두고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가는 특정기업 특혜시비를 비롯해 건설노조의 극심한 반발 등 민심의 ‘뇌관’을 건드릴 수가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정권이 표심을 우려해 의사결정을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는 올 6월 현대건설 매각계획이 발표된다 해도 실제 주인찾기 작업은 내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산업은행이 “올 9월 이후부터 매각작업이 시작된다”고 밝혀 이미 내년으로 공이 넘어가 있는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최근 상경 시위를 통해 “회사 경영에 노조가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도 외국계의 ‘먹튀’ 논란을 우려한 여권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늦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원의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 판결이 나온 이후 매각이 다시 추진될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법원의 판단이 시간끌기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게 M&A 업계의 시각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올해 말까지 대주주 지분매각제한(Lock up)에 걸려 있고 대한통운은 법원이 리비아 대수로공사 최종완공증명서를 수령한 이후 회사 정리절차 종결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연내 매각은 물 건너 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매각 장기화, 기업 경쟁력 저하 우려

초대형 빅딜이 내년에 한꺼번에 몰릴 경우 국내 자금운용시장이 과연 이를 소화해 낼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M&A시장 규모는 약 60조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사모펀드 등이 내년에 M&A 분야에 투자할 자금은 약 40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20조원가량이 부족한 셈이다.

이럴 경우 대자본을 앞세운 외국계 자본에 우리 핵심기업들의 경영권을 넘겨줄 우려가 크다.

주인 없는 회사로 장기간 운영될 경우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용길 경기대 교수(경상학부)는 “현대건설과 같은 대형 M&A의 지연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관련기업의 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성이 높다”며 “경제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불확실성”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은 대형 투자건이 급감함에 따라 올해 자금운용 계획을 수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신한은행 투자금융팀은 빅딜 대신 다수의 소형 M&A건에 투자, 자금을 소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기금도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지방행정공제회의 경우 올해 3조원의 예산 가운데 M&A 등 기업투자 25%,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개발투자 10%, 주식투자 30% 등으로 잡았으나 기업투자 비중을 다소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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