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박스)감기환자 부담 왜 늘리나?

김한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15 13:34

수정 2014.11.13 16:29


보건복지부가 14일 발표한 ‘200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은 경증환자에 대한 부담을 늘려 중증환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 요지다. 중증환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건강보험의 원래 취지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경증환자들의 과다한 외래진료로 늘어만 가는 건강보험 지출을 줄여보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의사를 찾는 횟수는 연간 10.6번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7번)보다 3번 이상 많고 일본을 제외하면 가장 많다. 이는 의원급에서 진료비가 1만5000원(약값 1만원) 밑으로 나오면 3000원(약값 1500원)만 내도록 하되 그 이상이면 진료비의 30%를 부담케 한 현행 본인부담금 제도 때문이다.
싼 가격이 병원을 자주 찾게 한 원인인 셈이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건강보험이 감기환자를 돕는 데 쓴 돈은 1조1059억원이었다. 이가운데 정액제를 적용받는 경증환자를 위해 감수하는 손실은 매년 4000여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위암, 폐암 등 암 치료에 쓴 돈 1조3102억원의 30%에 해당하는 액수다. 매년 의료서비스 가격이 2∼3%씩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지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복지부가 이번에 정액제를 폐지하고 정률제(본인 부담 30%)로 통일한 것도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사실 이같은 본인부담금제의 폐혜는 이전부터 지적을 받아 왔다.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린 환자보다는 감기처럼 간단히 진찰받고 며칠만 약을 먹는 환자를 우대하는 제도라는 비판이었다.

본인부담금제는 경증환자의 외래비용을 막자는 취지로 지난 1986년 도입됐다. 당시 본인부담금은 2000원으로 평균진료비(4251원)의 47%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20여년간 수가가 계속 오르는 동안 부담금은 많이 오르지 않아 중증환자 보장에 사용될 수 있는 재원이 경증환자에 쓰이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제도개혁은 이뤄지지 못했다. 환자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의원, 약국의 반발과 대부분의 국민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때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의약분업으로 국민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개선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제도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밀어붙인 끝에 결실을 본 것이다.
유장관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취임 초 바로 검토에 들어갔고 그간 문제제기도 많이 됐지만 큰 반발이 따를 것이 분명해 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잘못돼 있는 것은 바꾸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추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번 정액제 폐지로 마련되는 2800억원을 중증 만성 질환자를 위해 사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미 보험료를 6% 이상 올린 상태에서 또 경증환자들의 부담액을 올리는 것이어서 보험가입자들의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star@fnnews.com김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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