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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부동산시장…경제硏 전망도 뒤죽박죽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16 08:38

수정 2014.11.13 16:24

민간경제연구소들이 잇따라 엇갈린 부동산 거품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외 최신 시장정보를 통해 가장 종합적인 전망을 한다는 이들 경제연구소가 부동산 거품에 대해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아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국내 대기업 산하 민간경제연구소들에 따르면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부동산이 앞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은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예상하고 있다.

■하나·LG ‘부동산 상승 가능성 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부동산 버블, 급격한 붕괴는 없다’라는 보고서에서 “버블의 주체와 성격(버블이 자금 여유가 있는 가계에 의해 유발), 부동산 가격과 거시지표의 상관관계(부동산이 소비 등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 은행의 손실흡수력(국내 은행 담보인정 비율(LTV) 50% 내외, 부실채권비율 1% 수준 불과) 등을 감안할 때 부동산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특히 “서울의 ‘연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비율’(PIR)은 작년 말 현재 9.8로 미국 로스앤젤레스(10.4), 뉴욕(9.4)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니다”면서 “강남 등 인기지역에는 든든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버블이 추가로 발생할 여지도 있다”고 진단했다.


노진호 수석연구원은 “가계의 부동산 구매력을 변화시킬 고용 버블이 없고, 은행은 상황만 되면 더 대출해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향안정이 아니라 상승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직접적인 부동산 버블 전망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년 이후엔 부동산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원은 올해 거시 경제를 전망하면서 서울 수도권 아파트 가격 거품과 이에 따른 가계 부채 급증을 최대 난제로 꼽았다. 하지만 2008년부터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등 지방 건설 산업과, 용산기지 이전, 2기신도시 건설 등이 본격화하면서 건설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이후엔 부동산 시장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삼성·현대 ‘버블 계속 빠진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나 현대경제연구소는 기본적으로 연착륙, 즉 하향안정을 전망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경착륙’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7년 한국경제 5대 리스크 요인을 꼽으면서 ‘주택 가격 버블 붕괴 가능성’을 포함시켰다. 정부의 추가 조치 강도에 따라 주택가격이 급락할 수 있으며, 금융비용 부담 증가로 주택 매물이 증가하고, 주택금융 긴축으로 주택 매입 수요가 급격히 위축돼 주택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박사는 “부동산 거품 급락 위험 요인이 있기 때문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면서 “하향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0년 주기설’을 근거로 하락세가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01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부동산 가격 상승 국면이 2006년 말부터 점차 안정국면에 접어들어 2008년부터는 본격적인 하락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년 주기설’은 지난 70년대 말부터 90년대 말까지 10년을 주기로 두 차례 3∼4년간 대폭 상승한 후 일정기간 하향 안정화되는 양상을 토대로 한 부동산 시장 가설이다.


홍순직 수석연구위원은 “수급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각종 대책이 쏟아지면서 매수 세력은 사라지고, 부동산 기대수익률도 낮아지고 있다”면서 “올해부터 한자리수 하락이 시작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격 조정 국민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이 같은 엇갈린 전망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수많은 규제책으로 시장이 왜곡돼 있어 시장원리가 통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팀장은 “그동안 정부가 여러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내성이 생겨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부동산 작동 원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시장 전망을 내놓기도, 투자자들이 투자 전략을 짜기도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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