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파이팅 强小기업] 삼화인쇄-엄격한 품질관리 수출 30년 ‘외길’

양재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19 16:55

수정 2014.11.13 16:22


“반도체 수출보다 더 어려운게 인쇄물 수출입니다. 반도체는 불량률이 수치로 나오지만 고급 책자는 감각에 의존해 수출하기 때문에 30년간 수출한 노하우 없인 해외 유명 출판사로부터 퇴짜맞기 일쑤입니다.”

인쇄업계에선 흔히 자신들을 진정한 한국의 수출 역군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부른다. 선진국보다 인건비가 싸고 품질은 중국, 동유럽국보다 낫기 때문에 미국, 유럽쪽 출판사들이 한국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굳이 반도체와 비교하는 이유는 반도체는 기계부품이기 때문에 ‘정량적 불량’만 있지만 인쇄물은 오로지 ‘정성적 불량’만 있다는데 있다. 발주자마다 감각·선호도가 다르고 항상 최대한 그 요구조건을 맞춰줘야 하는 게 인쇄물 수출의 가장 어려운 점이다.

서울 구로공단에 있는 삼화인쇄(대표 유성근)는 이같이 힘들다는 수출만 30년간 해온 회사다.
삼화인쇄가 하루에 선적하는 책들만 2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으로 캘린더 수만부, 책 수천부를 매일 미국, 호주, 유럽 등 전세계로 발송한다.

지난 1954년 설립 후 인쇄업계 부침과 함께한 삼화인쇄가 첫 수출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67년. 이 해는 창업주 유기정 회장이 일본의 대일본인쇄(DNP)로부터 주문을 받은 첫 해이기도 하다. 미국 도넬리에 이어 2위 규모의 대일본 인쇄는 당시 물량을 다 소화할 수 없어 한국 인쇄공장을 수소문했다. 그때 대일본인쇄 회장이 서울에 와보곤 삼화인쇄라면 물건을 맡겨도 좋다고 결심한 게 30년 수출 역사의 시작이었다.

이후 지난 97년 삼화인쇄가 전세계에 알려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미국의 태하비사는 타이타닉호의 침몰을 담은 고급화보집을 내기로 하고 인쇄할 곳을 찾던 중 일본 DNP에 인쇄물량을 맡긴다. 그러나 당시 DNP사는 공장을 풀가동 중이란 이유로 거절하고 대신 한국의 삼화인쇄를 소개한다. 물론 DNP와 삼화인쇄와의 신뢰가 바탕이 된 것이다. 화보집 ‘타이타닉’은 이때 전세계 16개국 언어로 50만부가량을 찍어 전세계로 발송됐다. 이 고급 화보집과 함께 삼화인쇄의 명성도 전세계로 수출된 사건이었다. 소병호 전무는 “구로동 공장에서 찍은 50만부가 현재 전세계 독자들 서재에 꽂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포드자동차 100년사’, ‘빌리 그레이엄 자서전 영문판’ 등도 원고가 삼화인쇄 구로동 공장으로 들어와 빳빳한 책이 되어 전세계로 수출된 작품이다. 국내에선 거의 유일하게 수출 물량을 소화하는 이 회사는 매년 ‘북 엑스포 아메리카’, ‘프랑크프르트 북페어’에 참가해 주요 출판사들과 수출계약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에선 삼화인쇄가 아트용지(빳빳한 고급 종이)를 쓴 인쇄업계의 강자로 통한다. 다른 회사들이 주로 자사가 발행하는 학습지, 참고서 인쇄에 치중한 반면 삼화인쇄는 매출 70%가 아트용지 책자다. 또 고정거래선이 많아 금성출판사, 중앙M&B, 랜덤하우스, 시공사, 서울문화사 등의 책들을 인쇄한다.

삼화인쇄가 국내외에서 명성을 쌓은데는 과감한 투자와 엄격한 품질관리 덕이 컸다. 원고 수발부터 배송까지 인쇄 전공정이 구로동 공장에서 이뤄지며 매 단계마다 10년 이상 근무한 생산총괄부 직원들이 전과정을 체크한다. 책에 오자가 발견되거나 종이품질이 못미치면 수만부를 찍었더라도 다시 찍는다는 게 삼화인쇄의 영업방침이다.

소 전무는 “삼화에 원고를 맡기면 책을 받을 때까지 안심할 수 있어서 좋다란 말을 들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54년 서울 종로에서 시작해 매출 1000억원대 중견 인쇄회사로 커온 삼화인쇄는 제2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각각 30억원, 45억원짜리 독일·일본제 최신식 윤전기를 도입해 인쇄 시간을 2∼3배 단축했고 올해도 60억원을 들여 새 윤전기를 추가 도입한다. 소병호 전무는 “인쇄업 외에도 밝히긴 어렵지만 다른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설명=삼화인쇄 소병호 전무(가운데)와 임직원들이 지난 14일 졸업앨범 인쇄가 한창인 서울 구로동 삼화인쇄 공장 안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범준기자

/yangjae@fnnews.com 양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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